▲조중희의 포토에세이 <천사의 미소> 표지
그리심
제가 지금 평하려는 <천사의 미소>는 글이 있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사진들로 빼곡합니다. 생각의 표현인 말이나 글에 더하여 사진까지 있으니 작가의 의도와 인격, 됨됨이가 고스란히 배어있기로는 그 여느 책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작가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그 곁에 두런두런 써놓은 글귀들은 조 목사님의 다정도 병인 마음이 한 겹 두 겹 내려앉아 있습니다.
서평을 신문에 올리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이번 서평 제의를 받곤 어찌나 부대꼈는지 모릅니다. 글로 쓰는 서평이 아니라 말로 하는 서평이니 말입니다.
거기에 더해 그간 해오던 서평은 글로만 편집된 책들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책이 아닌 사진 에세이집이니 말입니다. 사진에는 문외한이고 보니 어지간히 힘이 부친 게 아닙니다. 또 짧게 하려니 더욱 힘빼물어야 했습니다.
렌즈는 어떤 종류를 썼는지, 조리개의 수치는 얼마 정도였는지, 셔터 속도는 어떻게 했는지 모릅니다. 촬영모드가 수동이었는지, 조리개 우선이었는지, 셔터 우선이었는지, 화질이나 ISO 감도는 몇이었는지 정말 모릅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이 사진에 대하여 무슨 평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평이란 잘됨과 잘못됨을 논해야 하는데. 그래서 잘잘못을 논하는 서평은 아예 접기로 하겠습니다.
누가 그랬더라고요. "사진은 권력이다"라고 말이에요. 그런데 목사님의 사진들에서는 권력의 'ㄱ'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옹골지고 고단한 눈빛만 하나 가득이었습니다. 그 눈빛을 보는 작가는 그들이 천사들이라나요. 그런데 유감인 것은 사진 속 인물들 그 누구도 천사는 아니었습니다. 꾸밈없고 노골적이고 태고의 때 묻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천 개의 미소 머금은 눈들로 그들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