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행 슬로보트> 책표지
문학동네, 2014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다시 출간 된 <중국행 슬로보트>는 하루키의 초기 장편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을 쓴 직후에 쓰여진 단편들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국내에는 열림원과 문학사상사에서 이미 출간된 적이 있었지만 문학동네에서는 일본에서 하루키 전집이 출간되면서 작가가 직접 개정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다시 번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집 형태로 출판하는 것이고, 단행본 오리지널 버전과 다른 또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할 다시없는 기회이기 때문에 큰맘 먹고 개정하기로 했다. 대폭 손댄 것도 있고, 몇 구절 표현을 고치는 정도에 그친 것도 있다. 개정에 대해서는 독자 사이에도 이론이 분분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로서는 당시 표현하고자 했으나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개정에 임했다." - p.255 작가의 말하루키의 초기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는 점은 하루키의 독특한 창작활동입니다. 자칭 '제목 선행식 글쓰기'라고 부르는 이 방법은 유명한 곡이나 배우 이름에서 단어를 따온 뒤 거기에 관련한 이야기를 붙여나가는 식입니다. 가령 이 책의 표제작 <중국행 슬로보트>는 <온 어 슬로보트 투 차이나>라는 곡에서,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라는 작품은 <몰타의 매>에 출연한 배우 '시드니 그린스트리트'에서 출발해 완성된 작품들입니다.
작품집에는 7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위에 먼저 언급한 '제목 선행식 글쓰기'로 쓰인 작품들 뿐만 아니라 마치 뮤직비디오의 메이킹 필름을 보듯 소설 쓰는 과정에 대한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라든가 작가가 '카세트 테이프 소설'이라 이름붙인 한 화자가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캥거루 통신> 같은 실험적인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상실의 시대>나 <1Q84> 같은 장편에서 느낄 수 없는 하루키 만의 통통튀는 필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작품집입니다.
문학동네에서는 앞으로 <반딧불이>, <빵가게 재습격>,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등의 작품도 이번 <중국행 슬로보트>처럼 작가의 개고 사항을 반영해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하루키의 팬이라면 통장의 잔고를 확인해 보셔야 할 듯 합니다.
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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