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학부모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응급진료소에서 한 학부모가 학생의 손을 잡고 자녀의 행방을 묻고 있다.
이희훈
- '전원 구조' 오보 때문에 구조작업에 지장이 있었다는 견해도 있던데."당연하죠. 그 오보가 없었다면 사고를 책임지는 조직, 중앙재난대책본부 구성이 훨씬 빨랐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건 검증 대상이긴 하지만…. 배 안에 갇혀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도 스마트폰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뉴스를 봤잖아요. 심각한 상황인데 뉴스는 '전원 구조'라고 나오고, 선내방송은 '대기하라'고만 나오니 아이들에게 잘못된 신호로 작용했을 수도 있죠. '전원 구조될 수 있나 보다'라는 잘못된 신호로 말이죠. 그런 위험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 같은 것을 구축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고, 잘못된 신호로 작용하면서 희생을 키웠다고 생각해요.
외신에서도 이 문제를 많이 다뤘지만, 이번 계기를 기회로 삼아서 재난에 대해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을 속보로 처리할 경우 언론사들은 그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진도 현지에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서 기자들의 카메라를 부수는 일도 벌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나요?"멱살잡이는 기본이었습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가족대책위가 열리는 천막이 있는데, 천막 안에서 수첩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가족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어요. 멱살을 잡히고, 뺨을 얻어맞고, 수첩과 스마트폰을 빼앗기고…. 현장에서 취재를 한다는 것 자체,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물리적인 형태로 나타나 버린 최악의 상황으로 번진 것이죠. 그것을 보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 실종자 가족들이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했잖아요. 그것을 직접 볼 때 언론에 대한 자괴감·회의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언론 비평지에서 일하긴 하지만, 현장 취재를 했던 기자로서 실종자 가족 인터뷰를 하고 싶었죠. 저는 취재 윤리 등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고,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비판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취재는 해야 하잖아요.
사고 발생 초기에 실종자 가족들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기자라는 직업과 실종자 가족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감정 사이에 내적 갈등이 많았어요. 저도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 인터뷰를 시도했어요. 그들에게 다가가서 위로를 해드리고, 신원도 확인하고, 현재 정부의 구조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실종자 가족들은 오히려 외신을 신뢰했습니다. 왜냐하면 외신의 경우에는 한국 언론에 대한 비판을 전제로 깔고 있었어요. 먼저 오보를 지적했고,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사실 관계도 있지만, 사고 본질에 대해 비판하는 보도들이 쏟아졌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3자적 입장으로 많이 떨어져서 본질을 건드렸기 때문에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도 객관적인 외신 보도를 신뢰했어요.
상대적으로 한국 기자들은 가공되지 않은 형태에서 정부 발표를 그대로 내보내다 보니 (실종자 가족들이) 취재 접근을 제한한 것이죠. 외신 기자와의 인터뷰는 다 오픈했어요. 한국 언론이 반성할 게 많은 거죠. 한국 언론들이 앞장서서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나 정부에 대한 불만, 구조 문제 등을 보도해야 함에도 외신보도가 1차적으로 접촉이 돼 기사로 나가버렸습니다. 한국 언론이 부끄럽게 생각해야죠."
"언론, 사회 공기로 역할 못 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많이 만났을 것 같아요.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가장 잊히지 않은 사례는 어떤 것이었나요? "새벽 2시께였을 거예요. 50대로 보이는 남성분이 담배를 태우고 계셨어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분 조카는 단원고 학생이었고, 사고 당일에 진도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고 계셨어요. 일을 하는데 동생분에게 연락이 온 거죠.
'전원 구조'라는 말을 듣고 조카 얼굴을 보려고 팽목항에 갔는데 조카가 없는 거예요. '전원 구조'라고 했는데 수소문을 하니 생존자 수가 바뀌고 그 안에 포함 안 돼 기다린 거죠. 그런 와중에 실종자로 남았던 거죠. 이분이 전원 구조라는 말을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조카를 먼저 보고 상황 파악하려고 가서 현장 관계자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대요.
그랬는데 전원 구조가 아니라는 말을 들은 거죠. 그날 이후 이분은 사고 현장에 남아 계셨어요. 제가 이 분하고 처음 대화할 때는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죠. 그러다가 이야기 도중 신분을 밝히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말해 달라고 했더니 그 이후부터 표정이 바뀌었어요.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한 거죠.
저도 현장에서 언론에 대한 불신을 말하면서 인터뷰를 하는데 그분은 제게도 역시 언론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셨던 거죠. 그걸 보면서 희생자·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이번 사고를 두고 '언론이 살인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언론이 사회 공기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모습으로 기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매체 특성상 취재기자들을 많이 만났을 것 같은데, 기자들의 취재 태도는 어땠나요?"몇몇 기자들을 만났는데, 당시 JTBC 앵커의 '친구들 죽은 건 알아요?'라는 질문이 문제가 됐을 때였어요. 또 여러 군데에서 생존자 인터뷰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를 한 상태였지요. 그런 상태에서 진도에 갔었거든요. 기자들이 그런 문제제기에 대한 경각심 등은 생리적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데스크의 요구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기자분은 '데스크에서 생존자 인터뷰는 되도록 하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를 위주로 거기서 나온 정보를 검증하는 형태로 기사를 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사고 발생 초기에 부적절한 인터뷰가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죠. 이후 기자들도 경각심을 갖고 취재에 임했습니다.
한편으로 기자들이 이해되기도 했어요. 취재 접근이 되지 않음에도 기자들은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거든요.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듣는 게 팽목항 취재 현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취재 영역이니까요. 오히려 기자들이 기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몰래 녹음을 하거나 숨어서 취재수첩에 기록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기자들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기록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자들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자들의 자기성찰, 계속 이어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