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경기대 교수.
권우성
- 청해진 해운을 비롯한 회사와 유씨 일가의 비리 등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고 초기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의 행동은 정말 두고 두고 아쉽기도 하고."벌을 받게 되겠죠. '살인죄 기소' 이야기까지 나오던데… . 근데 정말 그 사람들도 처음에 항해사, 선장이 됐을 때 마음이 어땠을까. 지금이야 자기 아들, 딸 자식 같은 아이들 내팽개치고 나온 파렴치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지만… . 우리가 그런 사람을 만든거죠."
- 우리가 만들었다?"그래요. 큰 배의 선장으로서 가져야 할 직업윤리, 소명의식을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 정말 자부심이 있었다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우리가 잘 모르지만 곳곳에 '청해진해운' 같은 기업들이 많을 거예요. 그들이 혼자 컸겠어요."
- 그래서 관료개혁, 이른바 '관피아'를 없애자고 언론들이 쓰고 있는데."(곧장) 그래요. 이번에도 관료들과의 유착과 부패 나왔죠. 사고 수습과정에서의 무능도 드러났고. 관료 부패, 정말 매번 나오는 이야기죠. 정권 바뀔 때마다, 재벌과 함께 나온 것이 공무원 부패 척결이잖아요. 그런데 제대로 된 적 있어요?"
-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개혁을 하자는 것 아닌가 하는데."그동안 해오던 방식으로 (관료) 개혁은 되지 않는다고 봐요. 실제로 되지도 않았구요. 한 국가의 관료는 정말 국가관, 애국심, 소명의식 등 다 중요하죠. 우리사회에서의 관료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카르텔 구조예요. 수 십년 동안 그렇게 해왔어요. 쉽게 깨지지 않죠."
기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대뜸 "현재의 고시제도를 없애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제도 역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독일의 예를 들었다. 독일처럼 중앙공무원을 뽑을 때 철저히 지역균형 할당제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공무원에게는 연금을 아예 박탈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 톤은 어느새 올라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금에 공무원과 군인, 교사 등이 있죠. 적자를 국민세금이 메워가며 이 사람들 노후를 보장해 주는 셈인데, 이게 과거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거에요. 독일은 가장 먼저 연금 혜택을 준 계층이 노동자에요. 그것도 보수정권이 나서서 말이죠.""헬무트 슈미트는 루프트한자 납치사건 때 총리직 걸었다"- 박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도 말들이 많습니다."(물을 마시며) 정말 안타깝죠. 결국 이 나라 국정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 아니에요? 대통령 자신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주변에 보좌하는 참모진도 문제가 많다고 봐요."
- 그런 참모진을 뽑은 사람도 대통령 자신인데요."그렇죠. 그러니까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지난 2002년인가 독일에서 대홍수가 났어요. 그때 슈뢰더 총리는 곧장 헬기 타고 현장으로 내려갔어요. 거기서 천막치고 사고 수습을 진두 지휘했어요. 그게 당연해요."
- 박 대통령의 진도 방문이나 이후 유가족과의 만남을 두고도 아쉬운 게 많은데요."또 있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1977년에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가 아랍 테러리스트에게 납치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죠. 그때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곧장 벙커로 들어가 작전을 지휘해요. 민간인 한 명이라도 피해 없도록 특공대를 파견해서 진압해요. 그때 슈미트 총리는 국민들에게 '총리직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뛰었어요."
김 교수는 "국가 재난 앞에서 국민 모두가 한 몸이 돼서 이겨나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명령하고 꾸짖는 리더십으로는 국민을 이끌어 갈 수가 없다"고도 했다. 그의 말을 좀더 옮겨본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사고 당일에 내려갔어야죠. 정 총리가 해외에서 돌아와서 (진도로) 갔다고는 했지만 무얼 했나요? 대통령이 아마 현장에서 천막 치고, 유가족들 손 잡고 함께 울고 지휘했으면 어떠했을까요? 그 자리에서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실종자 수습 다그쳤으면 어떠했을까요? 서울에 올라와서도 정부 분향소 말고, 안산 분향소에 가서 머리 숙이고 다시 국민들 위로했으면 어떠했을까요?"그는 기자에게 계속 물었다. 기자는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국민을 섬기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어차피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면서 "그것이 이번 희생자들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와의 이야기는 장소를 달리하면서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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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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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슈미트는 총리직 걸었다 꾸짖는 리더십 더는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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