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의 익산시 후보자 선출대회 모습.
김평화
난 그들을 지나쳐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무대 뒤로 걸린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띠었다. 파란색 바탕에 '새정치민주연합 익산시 후보자 선출대회'라고 하얀 글씨가 찍혀 있었다. 무대 위에 단상은 없었고 테이블이 네 개 놓여 있었다. 무대 아래로 의자가 오백 개 정도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후보자들은 애가 타고 긴장한 모습으로 인사했고 가족들은 열심히 명함을 돌렸다. 12시 50분이 되도록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곧 행사가 시작될 텐데... 주최 측은 선거인단을 확인하지도 않았고, 경선 참여자가 늘어나지도 않았다.
경선이 시작하기 직전에 오후 여섯 시까지 행사장에 입장한 사람들에게만 투표권을 주겠다는 안내가 나왔다. 그때서야 휑한 행사장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행사는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서야 시작됐다. 제1선거구부터 정견발표와 후보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듣는 이 없는 토론회는 왠지 처량했다. 1시 50분쯤 내 휴대폰으로 새정치연합 전라북도당이 보낸 첫 안내 문자가 왔다. 1시부터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고, 6시까지 입장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선거구당 한 시간씩 소요됐고 토론회에만 네 시간이 걸렸다. 네 선거구의 토론회가 모두 끝난 다섯 시, 그제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내가 이날 경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유는 여기에서 결정된 후보자가 곧 6월 4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은 전라북도의 정치적 특성 때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진 신당이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은 전화로 진행하는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라 이름 붙인 선거의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해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화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모두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방법상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두 조사 모두 일반전화를 착신전환해 휴대전화로 응답률을 높일 수 있었다. 또 공론조사의 경우,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선거인단을 모집했으나 그들 중 누가 토요일 오후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라북도 광역의원 대표를 뽑기 위해 이곳에 올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행사장에는 '작정한' 지지자들 외에 무작위로 선출된, 나 같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그 결과, 경선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각 선거구당 무작위로 선거인단 400명을 모집했지만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수는 150명 이하였다. 과연 이 숫자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날 치러진 후보자 선출대회는 조직적으로 손잡고 선거를 치러야 승산이 높았을 것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공정한 경선을 기대한 후보자들에게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국회의원 아래로 줄 세우기, 편 가르기와 다를 바 없었다. 이날 경선도 결과적으로 구 민주당 세력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날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 모두가 국민들의 정치권 불신을 목청 높여 성토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경선이 그 말들을 더 공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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