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한 철강기업의 공장따리엔에 진출한 한 철강기업의 제조 공정 모습
조창완
네 번째는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자신의 경쟁자가 나올 수 있는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해외 교민사회에서 가장 안 좋은 사례가 한국 사람이 성공한 곳에 한국 사람들이 들어가 과잉 경쟁을 한 후 공멸하는 사례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등지에서도 빈번하고 호주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안경 제작 기술은 그다지 좋지 않다. 안경점에 가면 시력측정은 물론이고, 비싼 안경테 가격, 오래 걸리는 렌즈 제작 기간 등으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리 상식으로는 오늘 안경렌즈를 맞추고, 다음날 찾으러 오라는 게 맞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직까지도 그런 가게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알아차린 우리 안경전문가들은 발빠르게 중국에 진출했다. 2000년대 초반 베이징의 한인타운인 왕징의 안경점은 한국 손님은 물론이고 중국 손님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주변에 지속적으로 한국 안경가게가 생겼다. 큰 변별력이 없던 시장 상황에서 하나의 파이를 나눠먹으면서 가게들은 더 힘들어졌고, 허가 문제 등이 겹치면서 지금은 안경가게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다. 음식점 등 사업을 하다가 2000년 전후 베이징에 한국식 빵집을 들여온 김천호 사장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공항 음식점 사업 등에 진출해 사업의 세를 넓혔다. 김 사장의 성공이후 한국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커졌다.
종류도 작고, 서비스도 부족한 중국 빵집에 비해서 한국 빵집은 확실히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크지 않은 시장에 한국 프렌차이즈 빵집이 들어오고, 대만이나 홍콩 브랜드까지 속속 진출하면서 제과시장은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김 사장은 자리를 잡은 후 가게를 매각해 고통이 덜했지만 다음에 뛰어든 한국 제과점들은 대부분 무너지는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다섯 번째는 자신이 선택한 비즈니스의 수명이 얼마인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적당히 매각하고 나오는 사업방식처럼 할 것인지, 지긋하게 버티면서 사업을 키워갈 것인지, 아니면 프렌차이즈사업까지 진행할지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소자본으로 들어왔다면 가능한 먼 시간을 바라보고 장사를 생각하는 게 좋다. 이미 중국을 선택했다면 자신이 중국에 뼈를 묻겠다는 심정으로 사업을 임해야 한다. 중국에서 성공한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했던 것 10분의 1만 한국에서 했으면 성공할 것"이라며 중국사업의 어려움을 말한다.
초반기 사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무너지는 일이 허다한 것이 중국이다. 수교 초기에 진출에 선양에서 불고기로 성공해 베이징, 톈진 등까지 체인점을 넓힌 '설악산 불고기' 홍 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00평이 넘는 초대형 매장을 30개 넘게 늘린 홍 사장의 사업은 금방 무너졌다. 한 몸으로 재료의 질은 물론이고 서비스 관리를 같이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입맛까지 고려한 불고기지만 레시피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닌 만큼 급속히 사업을 확장하면 안 됐는데 속도를 붙인 게 화근이었다. 결국 물러나기 시작하자 모든 게 부담으로 다가왔고, 무너지는 시간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반면에 돌솥밥으로 체인점 사업에 성공한 정일미의 남 사장은 지속적으로 사업을 늘리고 있다. 1999년 사업을 시작한 정 사장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래시피지만 베이징, 선전, 상하이 등 대도시 중심으로 프렌차이즈 사업을 강화하면서 대박 신화에 성공한 사례다. 그는 중국인 부인에게 재무 등 관리를 맡기고, 음식점 본연에만 치중했다.
3분이면 음식이 나오면서 간단한 반찬까지 있는 한식의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호 등 고급 푸드코너는 물론이고 베이징서역에도 분점을 내는 등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조금만 성공해도 언론에 비추는데 반해 남 사장은 교민사회에서 아는 이가 없을 만큼 사업에만 치중했다. 반면에 BBQ나 김가네 등 관리가 약했던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쓴맛을 봤다.
음식점의 경우 외국인이 흉내내기도 힘들지만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이라는 가치도 있기 때문에 준비 기간을 거친 후 경쟁 상대가 없는 지역은 오래동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