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꺾인 채 연행되는 대학생'세월호 참사 관련 특검 실시'와 '무능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감리교신학대 학생들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가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강제연행되었다.
권우성
- 연행되고 어디로 갔나?"처음에는 종로서로 갔는데 다 수용할 공간이 없어서였는지 여기 저기 돌다가 동대문서로 갔다. 유치장으로 가기 전에 진술서를 썼다. 두 차례 진술서를 쓰는 데에만 8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 32시간 만인 10일 새벽 1시 즈음 차가 끊기니 내보내 주더라.(웃음)"
- 밖에서는 응원과 지지가 굉장했다. 유치장에 있을 때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나?"이렇게 기사가 크게 나고 뜨거운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다. 면회 오시는 분들이 '밖에서 많이 지지한다, 공감해 하더라'라고 했을 때는 그냥 우리에게 용기를 주려고 한 말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서 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지지해 주더라. 솔직히 기분도 좋았다.
댓글도 열심히 봤는데, 사이트마다, 언론사마다 논조가 달랐다. 반대하시는 분들의 주장은 주로 '너희가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문제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 함께 연행되었던 친구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아직도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도 있다. 10일 자정 즈음에 형사들이 유치장에 들어와서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주고 휴대폰을 모두 가져갔다.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SNS를 보겠다고 써 있더라. 처음에는 주동자가 누구냐고 묻다가 배후세력이 누구냐, 윗선 단체가 있지 않느냐고 집요하게 물었던 것을 보니 휴대폰을 조사해서 배후를 찾겠다는 것 같았다. 내 휴대폰은 시위 현장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누가 주워서 갖다 줬다. 그래서 내 휴대폰과 다른 친구 한 명의 휴대폰만 살아있다."
- 배후가 있나? "없다. 순수하게 우리들만의 생각으로 계획했고 실행했다."
- 일각에선 '종북세력'이라고 주장할 듯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나.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종북이 무엇을 말하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북한이랑 연결되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을 반대하면 종북인가? 북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 종북이라면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비슷한 단체와 관련되어 있는 곳도 전혀 없다. 우리는 다들 전도사이고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웃음) 경찰들도 자꾸 우리의 배후를 묻는데, 굳이 배후를 밝히라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하나님 말씀이다."
- 벌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데, 감당은 되나?"시위를 준비하면서도 벌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벌금은 내지 않을 생각이다. 정식 재판을 청구할 것이다. 이런 일을 벌였다고 연행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 해야 할 말을 막는 것도 억압이다. 벌금형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우리 모두의 생각은 아니다. 부모님들 문제가 걸려 있다. 심각한 것은 가족 문제다."
- 집에서는 어떤 탄압이 진행되고 있나?"어떤 친구는 유치장에서 나오자마자 고향에 끌려갔고, 집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아예 전화를 꺼두고 있는 친구도 있다. 가장 큰 탄압을 받고 있는 친구는 용돈이 완전히 끊겨 버린 친구다.(웃음) 물론 '잘했다'고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도 있다. 나는 어머니는 걱정하시지만 아버지는 잘했다고 응원해 주셨다."
- 신학대생이라 교단차원의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처음에는 걱정했는데 감리교단 차원에서 적극 지지해줬다. 학교나 교단 차원의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다. 물론 길게 보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박근혜 퇴진은 끝이 아니라 시작"- 성명서를 보니, 세월호 사건의 근본적 원인을 '공공재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걸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인 규제들을 철폐'한 것에서 찾고 있다. "세월호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계속된 규제완화가 국민의 목숨을 자본과 맞교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사건만 봐도 선장조차 비정규직이었다.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하는 직업도 비정규직이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말이 되나?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 유연화를 말하는 박근혜가 세월호 사고에서 정말 자유롭나?"
- 그런 구조적인 원인은 물론이거니와 구조작업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우리 세대는 대형 참사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해야할 기관들이 있다. 그것도 엄청 많이 있다. 그 기관들이 잘 연계하면 최소한 단 한명이라도 구조할 수 있었는데 구조자가 0명이다. 기관들이 국민의 질타를 두려워하고 상부에서 눈치도 많이 주고, 현장 중심의 구조활동이 보장되지 않았다. 위계적이고 계급적인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나타났다. 앞으로 어떤 사고가 나도 저런 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결국 정부 책임이다."
-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인가? 그것이 해결책인가?"아니다. 시작이다. 퇴진한다고 해서 그 다음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의식을 바꿔야 한다. 그 첫 번째 단추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다. 퇴진의 의미는 청산이다. 어떻게 청산해도 (세월호 사건은) 아픔으로 남을 것이고 아파하겠지만 국민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통한 청산이다. 모든 것을 자본으로 가치 환산하는 사회,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 계속 아이들을 노출해야 하는 것 등 꼬리를 무는 문제들은 여전히 남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한 후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른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다. 그래서 대통령 퇴진은 시작일 뿐이다."
- 하지만 야당 등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힘을 실지는 않고 있다. "야당이 대통령 퇴진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은 정치집단이다. 정치적이어야 한다. 그러라고 세금 내고 뽑아 준 것 아닌가? 작금의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국민의 뜻이 무엇이냐를 봤을 때 박근혜 대통령 퇴진밖에 답이 없다. 말을 못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릴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치집단이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감정에만 호소하는 정치집단이라면 왜 필요한가?"
- 정치권이 너무 소극적이거나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은 계속 있어 왔다. 그렇지만 정치권 말고도 별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촛불시위도 확대되고 있지만 과연 촛불시위만으로 될까 싶은 걱정도 있다. "10일 '국민촛불'에서 친구 한 명이 '촛불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기 위안으로는 안 된다. 촛불이 시작일지언정 마지막이어서는 안 된다. 촛불이 마지막이라면 세종대왕 동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그동안 많은 촛불을 봤다. 정부 앞에서, 지금 우리를 억압하고 탄압하는 대상 앞에서 우리의 의견만 표명하는 것으로는 어떤 진전도 없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