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
시네21북스
흔히 일상을 다람쥐 쳇바퀴에 비유하곤 한다. 뚜렷한 목적도 의미도 없이 똑같은 일을 매순간 반복하고 있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속담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란 말도 존재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함'을 비유한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 안달이고, 탈출하고자 매번 색다른 것들을 계획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일상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남자는 군대를 가봐야 아버지의 아픔을 공감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아봐야 어머니의 아픔을 공감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길러봐야 부모님을 이해하듯이,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갖은 고생을 할 때면 일상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평소에 일상의 위대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매순간 나를 찾아와 무료함이라는 지독한 처벌을 내리는 일상을 어떻게 '느낄' 수 있단 말인가? 그럴 때 필요한 게 '재미'이다. 그리고 이 재미는 '공감'에서 온다. 일상의 공감은 다른 누군가도 나와 똑같은 일상을 영위한다고 느낄 때 자연스레 발현된다.
웹툰 초창기인 2007년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네이버 웹툰에 연재 되고 있는 초장기 인기 연재작이 있다.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 여러 장르 중에서도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일상툰'의 시조격이라 할 수 있다. 2007년부터 연재되었다지만, 실제 그녀가 그린 시기는 2004년부터이니까 말이다. 이 웹툰은 얼마 전에 시즌 3이 끝났고, 얼마 전에 시즌 3이 책으로 발간되기 시작했다.
일상툰은 베스트셀러라기 보다는 스테디셀러로, 그 매력을 '공감'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안에서 독자는 외로움와 무료함을 불식시키고,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호사를 누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삶을 조금은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가지는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가장 잘 받아들이고 이를 가장 좋은 쪽으로 발전시켰다고나 할까. 독자들이 일상툰을 즐기며 얻게 되는 웃음은 행복을 머금은 미소이다.
"사람의 마음은 사소하다. 나의 사소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사소한 기쁨이 된다면 좋은 거 같다."이번 시즌3-1은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의 길에 들어선다는 작가 자신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연인이 되고,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로 접어든 만화가의 삶을 자못 진지하게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