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참가자들.
권우성
이날 행진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팽목항의 부모를 생각하며 카네이션을 달지 않겠습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침몰은 선장이 시켰지만, 참사는 정부가 만들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준비했다. 또한 '카네이션을 달지 않겠다' 제목의 성명서를 준비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시민들은 이들의 행진을 지켜보면서, 성명서를 꼼꼼히 읽었다.
행진에 참여한 송승희(44)씨는 "우리 아이들은 제 옆에 잘 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실종자 부모 마음을 생각하면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받는 것에 기뻐할 수는 없다"면서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오늘 카네이션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 전에는 아이만 안전하게 잘 키워내면 모든 것이 다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사고를 접하면서 내 아이만 안전하게 키워낸다고 해도, 모든 아이들의 안전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소개한 박지애라씨는 "우리 모두 카네이션을 받을 자격이 없는 어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네이션은 자녀가 어버이날에 감사의 의미로 주는 선물이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면서 "어른으로서 '좋은 게 좋은 거다', '내가 당하지 않으면 괜찮아'라며 눈감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카네이션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아이가 세월호에 타지 않았다고 해서 그걸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세상은 안전해지지 않는다"면서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둔 신수정(45)씨는 "슬퍼하기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를 죄인으로 만든 정부를 무릎 꿇어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신씨는 "지방선거도 중요하고, 일상에서 부조리함, 관행, 병폐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숨기는 게 많은 것 같다, 사고 이후 탑승자들을 구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어떻게 단 한 명의 아이도 구해내지 못했느냐"면서 "세월호 사고가 잊히지 않도록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