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발파된 구럼비를 표현한 퍼포먼스, 서울 삼성물산 앞
천주교인권위원회
나는 집회나 시위를 기획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어떤 법이나 정부의 정책이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였다. 덕분에 나는 집시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일반도로교통방해 등 다양한 죄목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이렇듯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집회와 시위의 1차적이고 직접적인 피해자는 집회를 한 당사자, 활동가일 때가 많다. 누가 심사숙고하지 않고, 확신을 갖지 않고 충동적으로 이런 시위를 하겠는가. 우리는 공개적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철저히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으로,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행동을 준비하였고 실행하였다. 이 정도도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의 자유라면 대한민국에 표현의 자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재판 중 구럼비 발파 첫날 쇠사슬을 묶었던 행동으로 받은 벌금 200만원은 3심까지 다투었지만 결국 원심 그대로 확정이 되었다. 벌금납부고지서를 받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반도로교통방해? 풋, 차도 안다니는 새벽4시 이미 경찰이 다 막아놓은 도로에 구럼비 발파를 막기 위해 앉아 있었던 것이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내 정치적 자유도 제한할 만큼 중죄였던가.
왜 시민들은 범법자가 되어야 하나 삼성은 왜 어떨 땐 국민기업이고 또 하나의 가족이면서 꼭 이럴 때만 사유재산인가. 왜, 어째서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법은 대한민국 정부 '공무' 자체의 성격과 위법성에 대해서, 그리고 공권력도 아닌 삼성 에스원 직원들의 과도한 시위 저지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가.
그러면서 폭행, 협박 혹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이 전혀 없는 일반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는 과도하게 해석되어 각종 법률을 침해한 범법자가 되어야 하는지. 왜 공명정대하다는 법은 평화애호자들의 평화시위는 심대한 혼란 혹은 막대한 손해를 명확히 판단하고 구분하면서 정부, 해군, 삼성, 대림의 '업무'에는 판단을 유보하는지. 방해할 업무가 없는 권력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업무방해죄'가 과연 공평하고 정의로운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하루 5억의 황제노역을 살 수 있는 권력자들에게 벌금은 '그까이꺼~' 정도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200만 원이면 전쟁없는세상에서 받는 4달치 활동비와 같다. 그래서 나는 벌금 안 낸다. 아니 못 낸다. 대신 노역을 살겠다. 아니 살 수밖에 없다. 이번에 보니까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뭔가가 바뀌었나본데 다음 재판도 이런 식이라면 그것도 고려해보려 한다.
내 권리를 침해받아서 억울하기도 하지만 정권이, 삼성이, 재판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저지운동 활동가들에게 높은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활동이 효과적이었고 유효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할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교도소로 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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