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산나물이 한창 자라는 해발 700m의 숲
정덕수
막 해토가 된 들에 나가 달래와 냉이 등을 찾다보면 어느새 야트막한 산에서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다. 원추리와 쑥, 고추나무순, 참나물, 지장가리(풀솜대), 우산나물 등으로 봄향기를 익히기 시작하게 된다. 두릅과 엄나무순(개두릅), 오가피순 등으로 조금 더 짙은 향기에 익숙해지며 5월을 맞아서는, 본격적으로 해발 1000m 대의 고지로 곰취와 병풍취 등을 찾아 오른다. 두 달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변비를 해결하는 음식푸드스타일리스트로, 요리연구가 겸 교수로 활동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매일 속이 더부룩한데 좋은 약초 좀 구할 수 있을까?"그 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평소 육식을 많이 하지? 그렇다면 여기 한 번 오면 좋은 것 나눠주지."대개의 음식점이나 자치단체들이 요구하는 요리개발이 고기를 활용한 것에 치우치다보니 항상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다. 오리, 소, 돼지, 닭은 기본이고 염소나 말도 요리 하나를 개발하려면 하루 3회 이상 새로운 음식을 만들고 맛을 보는 일을 반복한다. 육식은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다. 내 친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인들은 과도하게 육식에 치우친 생활을 한다.
찾아 온 친구에게 이틀간의 식사를 대접하며 다양한 산나물들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사흘째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친구가 원주를 거쳐 서울에 간다더니 2시간 정도 지나 연락이 왔다. 원주에 도착해 전화를 했겠다 싶었는데 아직 둔내도 못 갔다며 "아주 시원하네"라며 웃어댔다.
그 친구는 스스로도 알면서 자신이 하는 일의 특성 때문에 섬유질이 풍부한 산나물을 자주 먹을 수 없다. 일반적인 채소에 비해 산나물은 섬유질이 많다. 이걸 먹으면 자연히 변비는 치료되는 것이다.
또한 산나물은 약용식물이 많다. 동의보감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예로부터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었음을 기억하자. 몸에 이로운 약은 음식과 근본이 같은 것이란 의미겠다. 자연에서 자란 초근목피 중에서 우리 몸에 유익한 것들로 밥상을 만듦으로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상책이겠다.
잎채소(산나물)의 안전성에 대하여...요즘 많은 이들이 곰취장아찌와 명이장아찌를 이야기한다. 이 장아찌들이 대부분 푸새(자연산 푸성귀)가 아닌 남새(인공적으로 재배한 채소)로 본래의 모습만을 지녔을 뿐 이미 밭에서 재배한 채소로 보아야 하는 나물들을 주재료로 한 것들이다. 진정한 푸새는 인공적인 노력이 전혀 투입되지 않은 상태, 말 그대로 자연이 키운 것에 한정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