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선학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주시내 전경.
김종신
정상에 바로 선학산 전망대가 있어 파노라마처럼 진주 시내를 구경하며 바람에 땀을 닦았다. 강낭콩보다 더 푸른 남강과 진주성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 한 줌에 고개를 들면 북으로 지리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와룡산이 바다를 가린다. 전망대 1층에는 깔끔한 화장실이 기분 좋은 산책을 더 신나게 했다.
아침과 점심을 겸하는 김밥을 먹었다. 꿀맛이 따로 없다. 과일칼로 가져간 사과 껍질을 깎자 둘째가 잡아서 휘익 덤불 사이로 던졌다. 덤불 속에 버려진 과일 껍질을 다시 주워담았다. 아이는 놀란 표정이다.
"왜요? 거름 되면 좋잖아요?"하지만 버려진 과일껍질은 썩어 거름이 되기보다는 야생동물의 불임을 일으키는 등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이라고 알려주었다.
"산을 오염시키는 쓰레기일 뿐이야."되가져 가서 집에서 버릴 거라는 말에 아이도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에 자기도 놀러 가서 과일 껍질을 챙겨오겠단다.
아이들은 그만 내려가자 재촉이다. 아이들만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덕분에 아내와 단둘의 데이트코스는 왔던 길이 아닌 선학산과 비봉산을 잇는 '봉황교'를 지나 비봉산까지 가기로 했다. 나보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 아내가 이건 옻나무, 저건 싸리나무라며 나무를 가리켜 알려준다.
얼마 걷지 않아 봉황교에 이르렀다. 선학산이라는 이름에서도 신비로운 학이 등장하지만, 비봉산 이름에도 봉황이 들어 있다. 비봉산은 옛날 대봉산(大鳳山)이라 불렸다. 조선 태조 이성계를 도운 무학대사가 뛰어난 인물이 많이 나는 대봉산 정기를 끊기 위해 산에 있는 큰 바위를 깨자 봉황이 날아갔다고 한다.
이후 대봉산은 비봉산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봉황의 왼쪽 날개에 해당하는 말티고개에 큰길을 내고 난 뒤부터 고려 시대와 조선 초에 융성했던 인재가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말티고개 도로개통으로 봉황의 왼쪽 날개가 '봉황교'로 다시 이어져 봉황이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듯 모두가 비상(飛上)하는 기운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봉황교 개통으로 4.5km의 등산로는 물론이고 남강둔치 산책로를 포함 10km의 진주시 내 순환 둘레길이 만들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