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사라진 기독교, 교인 쫓아내는 목회자

[주장] '가나안' '이단' 교인의 토대는 기성교단... 비리 목사가 원로 역할 자처

등록 2014.05.07 10:02수정 2014.06.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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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년전 우리의 죄 때문에 십자가 지신 예수님의 모습
이천년전 우리의 죄 때문에 십자가 지신 예수님의 모습안미향
"나는 그리스도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리스도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의 독립운동가 간디가 남긴 이 말은 현실의 기독교를 잘 표현하고 있다. 평소 성경을 통해 기독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간디는 인도의 신분차별 제도 등 해묵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교회로 갔다. 하지만 교회에서조차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교인의 신분에 따른 차별대우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안 간디는 '예수님과 닮지 않은 기독교'의 실태를 이처럼 비판했다.

기독교의 근본적 가르침과 동떨어진 신앙인, 특히 목회자들의 비리와 세속화가 기독교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위기를 맞고 있지만 아무도 위기를 이겨나갈 대책을 세울 생각도 능력도 없다. 이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자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과거 오랫동안 교회에 다녔으나 더 이상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교인'의 실태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기독교계 안팎의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냈다. 구약 속 히브리인들이 찾아 헤맨 약속의 땅 '가나안'이 아니라,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의미의 '안 나가'를 거꾸로 한 '가나안'이다.

지난 2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아래 기윤실)이 만 19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독교(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9.4%에 불과했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4.6%나 됐고 보통이라는 의견은 36.0%였다.

지난 4월 12일 개혁신학회(회장 김길성 교수)의 2014년 봄 학술대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교회의 이단문제와 종말론'이란 주제를 다룬 이 학술대회는 최근 기독교복음침례회, 세칭 구원파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200개 이상의 이단 및 사이비 종교 집단이 존재하며 1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이에 속해 있다. 지난 2005년 통계청의 종교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국내 기독교인은 861만6000명이다. 최근 교인 이탈 경향을 감안한다면 2014년 현재 기독교인의 숫자가 더욱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단 및 사이비 교단에 소속된 인구가 100만 명 이상이라는 사실은 엄청난 수치란 평가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김영재 박사(전 합동신학대학원 교수)는 이단에 토양을 내어준 토대가 바로 한국 교회라는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한국 교회의 현 모습에 대한 반성으로 ▲ 냉랭한 예배 분위기 ▲ 극단적 열광적 집회의 성향 ▲ 예배 신학의 빈곤 ▲ 지나친 문자적 성경 해석 ▲ 주관적인 풍유적 성경 해석과 설교 ▲ 본문과는 동떨어진 설교 ▲ 전통적인 올바른 신앙 교육을 위한 교리문답을 방치해 온 성경공부 등을 꼽았다.

김 박사는 "무분별한 교회 분열, 교주를 방불케 하는 많은 목회자들의 의식과 자세, 성경의 가르침을 떠난 교회 경영, 많은 교회들의 비윤리적인 성향 등은 한국 교회를 허약하게 만드는 치유 난망의 고질병"이라며 한국 교회의 근본적인 각성과 개혁을 촉구했다.


전형준 박사(백석대)도 이날 발표에서 "사람들이 이단과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기성 교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실망 때문"이라며 "한국 교회가 순수한 복음 전파와 구원의 방주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단'과 관련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요 교단과 교회 사이에서도 분열 과정에서 서로를 이단이라 비난하는 등 기독교계에서 '이단 정죄'에 대한 기준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관련 알립니다
이 기사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80년대 이단으로 규정된 전력이 없으며, 교세 확장으로 정통교단이 된 것은 아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3년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분열되면서 서로를 이단 집단이라고 정죄한 점이나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 과정에서 주요 교단과 교회 간 '이단' '사탄' '사이비'라는 비방이 난무한 사실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지난 1980년대까지 한국의 대표적 이단 교단이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이 교세 확장을 통해 '정통 교단'으로 탈바꿈한 것은 이단의 기준이 '교인 숫자'임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한국 교회 원로 지도자들이 한기총과 한교연의 무조건적인 통합을 제안하면서 통합에 대한 모든 권한을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에게 위임한 것은 교계 안팎의 논란을 불러오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조용기, 이만신, 지덕 목사를 비롯한 교계 원로 13명은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 모여 '한국교회 대통합을 위한 제안'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월 교회에 131억 원의 손실을 끼친 배임과 35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조 목사가 두 교단연합체의 통합 권한을 맡은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는 지적이다. 당시 판결에서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배임 공모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된 바 있다.

그만큼 한국 교회의 원로급 목회자들이 일반 교인들의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미 대표회장의 금권 선거로 교단연합체의 신뢰가 추락한 데다 목회자의 비리·일탈에 대해 교인들의 염증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비리의 장본인인 대형교회 목회자가 기독교계 원로를 자처하며 두 연합체의 통합 책임자에 오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간디의 지적대로 예수와는 전혀 다른 행태에 빠진 교계 지도자들이 교인들을 교회에서 억지로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교인 숫자의 급감이나 '이단'이라는 교단에 100만 명 이상의 교인이 머물고 있는 현실 역시 기성교단이 이들을 흡입할 교리적 우월성을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도덕성 측면에서도 비교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독교 #이단 #사이비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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