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날 결혼식장에서 생긴 일

[건망증 때문에 겪은 일] 문제는 사건을 대하는 태도

등록 2014.05.06 09:53수정 2014.05.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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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5월, 가정의 달이다. 5월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한 연휴가 많은 이들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있다. 5월은 May queen 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여자의 계절이며 특히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특별한 달이다. '오월의 신부'라는 말에 걸맞게 유난히 결혼식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이렇게 결혼 시즌이 되면 나에게 기억되는 지인들의 사연이 있어, 지인들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내용을 공유하려고 한다.


A씨는 친구들이 많아 탁월한 인맥 덕분에 연일 결혼식 참석에 바빴다.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마침 남자친구가 없을 때 결혼식에 참석하게 될 때면 더욱더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결혼식 참석을 위해 조금 일찍 일어나 얼굴에 붓기를 빼고 얼마 전 홈쇼핑에서 '동안'을 강조하며 판매한 메이크업 풀세트를 활용해 정성 들여 화장을 하였다. 너무 신경 쓴 화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피부톤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신부를 빛내기 위해 피한다는 새하얀 원피스까지 입었다. 결혼식 가는 길 5월의 햇살은 따사롭게 A를 감쌌으며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가벼운 미소가 절로 나왔다고 한다.

결혼식장에 도착한 A씨는 식장을 확인하기 위해 1층 데스크 옆에 있는 푯말을 보았다. 그런데 그 안내판에는 결혼하는 친구의 이름이 없었다. A씨는 놀라서 직접 층층을 둘러보며 이름을 일일이 확인 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친구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청첩장을 챙겨오지 못한 그녀는 결혼하는 친구의 문자를 확인하였다. 혹시나 주변 다른 예식장과 착각했는지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같은 장소가 맞았다. 그랬다. 그녀는 한 주 먼저 예식장에 온 것이다. 날짜를 확인한 그녀는 허탈함에 멍하게 잠시 앉아 있다. 어디에 하소연 할 때가 없어서 나에게 연락을 했다.

"00아, 나 결혼식장 왔는데, 글쎄 일주일이나 일찍 온 거 있지."
"응?"

결혼식 당사자 친구에게라도 알려서 하소연 하고 싶었지만 일자를 착각한 것은 왠지 미안한 일이라며 나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최근에 개인적인 일로 자책이 많았던 그녀는 30여 분 동안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며 바보 같다고 자신을 탓하고 울분을 토로한 후에야 진정하고 집으로 향했다.

참으로 별일이다 싶었다. 어떻게 날짜를 착각해도 식장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는지, 이런 일이 정말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그리고 이 일이 잊혀질 때쯤 B씨에게 연락이 왔었다.


"00아 나 결혼식장 온다고 지금 강남에 나왔는데 내가 착각해서 다음 주인데 온 거 있지."

의정부에 거주하던 B씨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강남까지 나온 터였다. 그러나 B씨는 마치 30분 정도 착각해서 일찍 나온 것처럼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 다음주 일정이 나와 겹쳤기 때문에 나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그녀와의 전화를 끊고 나서 A씨가 생각 났다. B씨는 A씨에 비해 차분하고 매사에 똑 부러지는 여자였다. 그녀의 반응이 예전에 A씨의 반응과 너무 대조적이라 놀라왔다.


같은 일에 대처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그녀들의 각각의 덜렁이 이미지와 똑순이 이미지가 그녀들의 행동 결과가 아니라 사건을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실수를 해도, 한 명은 자책으로 스스로를 괴롭혔다면, 다른 한 명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일이 자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태도라서 나 또한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들게 했다.

그 전에 A씨의 반응이 아니었다면 B씨의 실수를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 어떤 사람이 아주 작은 실수로 스스로를 너무 심하게 자책하고 있다면, 주변에 차분한 지인을 찾아 어떻게 대처할지 조언을 받길 권하고 싶다. 물론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는 실수들은 그렇게 크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대부분일 것이다. 혹시라도 자책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를 너그럽게 용서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건망증 때문에 겪은 일 응모글
#건망증 #결혼식장 #오월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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