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약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다고 늘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할 뿐 아니라 소모임이나 건강실천단에 들어가도록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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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깊은 정도 들고 서로 죽이 잘 맞았다. 농민들은 당당하게 병원에 가고 싶었다. 병이 다 진행된 다음에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진단을 받아서 살기 위해 병원에 가고 싶었다. 말로만이 아니라 농민이 병원의 주인이 되는 구조, 시스템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를 공부하다가 알게 된 것이 '의료생활 협동조합'이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년간 진행되고 있었다. 의료협동조합은 병원의 주인을 바꾸기 위한, 건강의 주체를 세우기 위한 운동이었다. 고삼면 가유리 청년회는 안성군 농민회를 결성하였고, 의대 학생들은 한의대, 간호대를 포함한 의료인들을 모았다.
1994년에 드디어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이 출범되었고,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20년간 건강은 공동체의 몫이라고 그토록 떠들었건만 신자유주의 물결은 밀려왔고 요즘은 의료민영화까지 가속되고 있다. 의료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었던 이유라면 이유다.
그러나 조합원들 내부에 생겨난 주인의식, 건강을 바라보는 시각, 의료체계를 바라보는 안목, 함께 해서 행복했던, 함께 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많은 일들에 대한 경험들이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의료협동조합이 존재함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민주적인, 생태적인, 복지를 위한 단체의 결성과 활동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건강의 지표로 여기는 영아사망률, 기대여명(특정 시점에서 앞으로 더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 등이 좋아졌을까? 그런 통계를 낸 적은 없다. 조합원이 정말 건강해졌을까? 모르겠다. 지역사회가 얼마나 바뀌었을까? 자신없다. 그러나 사람이 바뀌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바뀌고 협동과 공동체의 가치가 확산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치료의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 처음 병원에 와 "제가 뭘 아나요...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셔야지요" 하던 환자들이 이제는 내용을 숙지하고 본인이 선택을 한다. 아이들도 본인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안다. 진료 책상 위의 물건들을 함부로 만지는 부작용은 있다.
2분 진료? 여기선 그런 거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