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8시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17번째 안산시민 촛불기도회에 다음 카페 '엄마의 노란손수건' 엄마들이 참석해 작은 노란 천을 들고 있다.
박호열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친 지난 2일 오후 8시. 손이 곱을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머리에 노란 손수건을 두른 엄마들이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17번째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귀환을 위한 안산시민 촛불 기도회'에 촛불을 들고 모였다.
앞줄에 나란히 앉은 엄마들은 '내 새끼 한 번만 안아 봤으면',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대한민국', '엄마 눈앞에서 아이들을 수장시키는 나라', '비리의혹업체 언딘을 믿을 수 없다' 등의 글귀를 적은 노란 천을 펼쳤다.
광장 한 켠에서 만난 '정인맘'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촛불기도회에 나온 엄마 몇 명이 모여 우리뿐이 아니라 엄마들이 함께 해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을 갖고 시작했는데 벌써 5천명이 넘어서 부담스럽기도 해요"라고 운을 뗐다.
엄마들은 무엇 때문에 카페를 만들었을까. 촛불을 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정인맘의 답변은 진솔했다.
"솔직히 남의 자식이 잘돼야 내 자식이 잘 되는 거 아니겠어요. 엄마는 자식의 일에 있어서는 굉장히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저도 제 자식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 사명감 없는 언론, 생명을 망가뜨리는 관료 등 이런 문제는 그냥 덮어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과 나중에 태어날 손주들한테서도 이런 문제들이 똑같이 반복된다면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흥분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카페에서 엄마들의 제안이나 요구가 다양할 텐데 활동 수위는 어떻게 조절하는 걸까?
"우리 카페는 안산 촛불이 꺼지지 않게 지지하고, 전국으로 촛불이 퍼지면 엄마들이 함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요. 온라인상에서 엄마들의 요구를 존중하면서 엄마들이 촛불을 들고 그를 통해 힘을 얻는 게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이 건강해야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으니까요. 촛불 추모부터 박근혜 대통령 퇴진까지 수위가 다양한데 중심을 잡아서 함께할 수 있는 또 힘을 보탤 수 있는 방향으로 하려고 해요."카페 '엄마의 노란손수건'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이르자 지금까지 다정한 톤으로 말하던 정인맘의 어감이 단호하게 변했다.
"일부 언론에서 우리 카페를 피해자 엄마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 엄마들이 무슨 경황이 있다고 만들고 하겠어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생각해요. 기자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없어서 다시 한 번 실망했어요. 그 기사들은 명백히 오보예요. 혹시라도 피해자 가족에게 누가 될까 조심스러워요."엄마들은 카페를 언제까지 운영할 생각일까? 카페 운영의 대원칙은 단원고 학생들과 유가족에 맞춰졌다.
"촛불을 드는 한 계속해야죠. 특히 단원고 아이들이 마지막 1명까지 엄마아빠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까지는 반드시 운영할 거예요. 만에 하나 그전에라도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에 누가 된다면 그분들 입장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서 카페를 닫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엄마의 노란손수건'은 행동 수칙도 정했다. 노란손수건 머리에 쓰고 엄마들의 요구가 적힌 노란 천을 들고 촛불 맨 앞자리에 앉기, 촛불 참가가 어려운 엄마들은 저녁 8시 불을 끄고 3분간 묵념하기, 현관문·자동차·유모차·베란다에 노란리본달기, 자신의 요구와 바람을 담은 피켓을 들고 동네 1인 시위하기다. 시한은 세월호 참사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될 때까지다.
"지금은 촛불만 들고 있을 때 아냐"... 거리로 나서는 엄마들 엄마들의 행동 수칙은 말에서 머물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여자에서 엄마가 된' 엄마는 강했다. 2일에는 닉네임이 '잡초'인 엄마가 '이것이 나의 애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1인 시위를 한 사진을 카페에 올렸다. 그리고 물었다. "나는 두 번째였습니다. 다음은 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