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청와대
먼저 박 대통령의 추가 사과 여부와 시기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으실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몇 가지 질문과 답이 오간 후 민 대변인은 춘추관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10여분 후 민 대변인은 부랴부랴 춘추관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어제 대통령의 사과가 나온 바로 다음 날에 대변인이 추가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기자단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더레코드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전날 민 대변인은 같은 이야기를 했고 이미 보도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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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변인은 비보도 요청을 하러 왔다가 도리어 추가 질문을 받았습니다. '유족들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입장이 뭐냐'는 질문이 나온 겁니다. 민 대변인의 입에서는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대통령은 진정성을 담았다, 굉장히 유감"이라는 '폭탄' 발언이 나왔습니다.
기자단은 민 대변인의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고 그의 발언을 기사화 했습니다. 박 대통령을 비판한 유족들을 청와대 대변인이 타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또 청와대 내부도 발칵 뒤집혔습니다.
계속되는 '설화'... 울상이 된 청와대 대변인
결국 이날 오전 9시 30분 민 대변인은 울상을 한 채로 춘추관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는 "유감스럽다는 건 개인적인 발언이지 청와대나 대통령의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대통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대통령의 뜻, 적어도 청와대 내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또 청와대 대변인의 공개 발언을 개인적인 의견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번 뿐만 아니라 민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습니다. 지난 달 21일에는 '황제라면'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라고 두둔했습니다. 바로 다음날에는 '이번 사고에 대해 대통령이 공무원만 질책할 뿐 사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도리어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한다면 매분 매초에 하느냐"고 따졌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설화가 계속 이어지자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치부 기자 생활을 오래해 정무적 감각이 없지는 않을테고, 언론과 기자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민 대변인이 왜 문제될 게 뻔한 발언들을 연일 쏟아내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민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기 전 청와대 내부 회의를 통해 현안에 대한 대응기조가 정해지고, 내놓을 메시지도 분명히 정해서 온다는 점에서 계속되는 사고를 단순한 실수로만 보기도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의 내부 소통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한다는 겁니다.
그들이 심기경호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