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이 6·4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은?

등록 2014.05.02 11:00수정 2014.05.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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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로 6·4 지방선거관련 이슈가 언론 보도에서 사라지면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세월호 사태가 이번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면서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시사·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종편들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종합편성을 포기하고 시사·보도 전문채널 같은 편성을 하면서 시청률을 끌어 올린 경험이 있다.

지난 18대 대선기간 동안 종편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정치인들과 정치평론가들을 출연시켜 갑론을박을 벌이고, 대선후보 유세까지 생방송으로 전달하는 등 대선기간 동안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면서 대선방송에 올인하는 방송행태를 보였다.

특히,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은 무려 90%를 넘어 종합편성채널의 이름을 무색케 했다. 종편의 이러한 시사·보도 프로그램 대량편성 전략은 개국 후 1년 동안 1%에도 못 미치던 종편 시청률의 상승을 불러왔다.

대선이 정점이었던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6일 사이 종편 시청률은 채널A가 1.1985%, MBN이 1.1976%, 그리고 TV조선이 1.0837%를 기록해 모두 1%를 넘겼다. 결국, 대선기간 동안 종편의 영향력은 급격히 상승했고, 여당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적이고 왜곡된 방송을 내보냈던 종편은 투표 결과에도 영향을 미쳐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데 일조했다.

이처럼 종편이 지난 18대 대선 기간 동안 편파적이고 왜곡된 방송을 통해 보수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종편을 시청하는 주 시청자 층인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이 진보성향을 가진 젊은 세대의 투표 참여율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론에 발표된 지난 18대 대선 당시 연령대별 투표율을 살펴보면 50대의 투표 참여율은 무려 82%를 기록했고, 60대 이상의 투표 참여율도 8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냈다. 반면, 젊은 세대인 20대 후반의 투표 참여율은 65.7%에 머물렀고, 30대 초반의 투표율 역시 67.7%에 머물러 50~60대와 비교해 크게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는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왜곡되고 편파적인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 보수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 시키게 된 것이다.


실제로, 채널A는 대선 당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출연시켜 안철수 후보에 대해 "한마디로 젖비린내 난다," 이정희 후보에 대해서는 "싸가지 없는 며느리"라고 막말을 하는 내용 등 원색적인 비난을 방송에 내 보낸 반면,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눈이 살아 있다"는 등의 칭찬으로 일관하는 편파방송을 노골적으로 내 보냈다. 이처럼 종편들은 18대 대선기간 동안 보수성향의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보도태도를 보이면서 시청자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종편의 악 영향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지난 대선 때 보다 종편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져 종편의 악영향이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 코리아가 전국의 유료방송 가입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청률 조사에서, 종편 4개사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합계 시청률이 4%를 돌파해 평균 1%를 넘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종편 4개사 모두 평균 시청률 1%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작년 11월부터는 종편 4사의 합계 평균 시청률이 5%를 돌파한 것으로 조사 되었다. 이러한 시청률 조사결과는 종편이 이제 일정한 궤도에 올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종편의 주 시청자 층인 60대 이상 노인층의 종편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공고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가 지난 1년간 세대별 시청률 기록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 연령층의 종편 시청률이 종편의 평균 시청률의 2.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종편을 가장 선호하는 60대 이상의 25.8%가 방송 뉴스를 주로 종편을 통해서 본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가 지난해 7월 전국 성인남녀 1073명을 대상으로 정치뉴스를 소비하는 경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1.3%가 'KBS·MBC·SBS 등 공중파 TV'를 통해 정치뉴스를 소비한다고 밝혔고, 응답자의 19.8%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그리고 응답자의 13.9%는 '일간종합신문'을 통해서 정치뉴스를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12.6%의 응답자가 'JTBC·MBN·TV조선·채널A 등 종편 채널'을 이용해 정치뉴스를 소비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정치뉴스를 소비한다고 응답한 응답자 중 50대는 18.3%, 그리고 60대 이상은 16.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연령대 보다 종편을 통해 정치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 되었다.

이처럼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주 시청자 층으로 종편 프로그램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50대 이상 유권자의 비중은 지난 18대 대선 때 보다 0.7% 늘어난 40.7%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들의 투표율 역시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종편의 노골적인 왜곡, 편파보도가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대선에서 종편을 이용해 톡톡히 재미를 본 여당과 보수진영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종편을 이용해 유리한 선거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종편에게 눈에 보이는 특혜를 베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종편채널에 선거 후보자 방송연설과 대담토론회 개최 권한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여당과 보수적인 정치세력에 우호적인 종편에 선거후보자 방송연설과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여당 후보들에게 유리한 편파방송을 만들도록 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근거 없는 주장, 편향된 의견, 막말 등을 여과 없이 방송으로 내 보내 우리나라 방송 저널리즘을 황폐화 시켰다. 그런데 종편의 주 시청자 층인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이번 6·4 지방성거에서도 이러한 종편의 편파, 왜곡 방송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모기업인 보수 신문의 논조를 방송을 통해 여과없이 전달하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진보진영을 상처내기 위한 '선전방송'의 역할을 하고 있는 종편은 정치적 편향성이 심히 왜곡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종편의 주 시청자인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더 늘고, 종편의 편파, 왜곡 보도에 대항해 유권자들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 주어야 하는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에 장악되어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여당과 보수 세력은 공정성이 무너진 공영방송과 노골적인 편파매체인 종편을 앞세워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할 것이다. 야당과 진보세력은 여당의 이러한 공세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종편 #6.4 지방선거 #18대 대선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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