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밖에는 무료배식소와 구호물품 진열대가 많다. 구호물품은 쌓아둘 곳이 없어 체육관 내 복도에 가득 쌓였다.
장경혜
체육관 정문에선 담요·점퍼·각종 의약품·식음료가 들어있는 택배상자가 끊임없이 배달됐다. 포화상태인 구호물품은 사뭇 감동적이었지만 그것을 적재할 장소와 담당 인력이 적어서 허술하게 관리되는 듯했다. 출입구 밖에 한 가득 쌓여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복도 구석구석 빈자리에 물자가 쌓였다. 실종자 가족에게 돌아가야 할 물품은 과잉 공급돼 기자나 구경꾼, 자원봉사자들에게 돌아갔고, 비누·치약·칫솔 등은 마치 일회용품처럼 버려져 화장실에 가득 쌓여있었다.
봉사는 전적으로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관리됐다. 때문에 신분을 알 수 없는 이가 봉사자를 통솔하는 관리자가 되기도 했다. 이미 들어온 구호물자가 어떤 것이 있는지 몰라 한참 전에 들어온 담요를 몇 시간 뒤에나 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실종자 가족을 응대하는 전문 매뉴얼 없어서 봉사자 일부는 넘치는 의욕으로 무작정 실종자 가족을 자리 찾아가 말을 걸어 붙여 실종자 가족을 귀찮게 했다.
자원봉사자의 눈치 없는 언행도 문제가 됐다. 20대로 보이는 봉사자 두 명이 "서로 껴안고 있는 시신이 많다더라", "잠수부들은 시신이 물에 머리카락 나부끼는 모습을 무서워 한다더라" 등의 얘기를 나누다 실종자 가족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고등학생 나이대로 보이는 실종학생 가족은 "저기요, 주제 바꿔 주세요!"라고 크게 외치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고 누웠다.
월차내고 온 공무원, 2주 머물며 돕겠다는 재일교포2시쯤 일거리를 찾아 체육관 1층의 출입구로 내려갔다. 출입구 왼 편에서 '바르게 살기'라고 쓰인 민간 봉사단체 조끼를 입고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쓰레기가 갑작스레 늘어나 일손이 필요한 상황. 우리는 자연스레 합류해 일을 도왔다. 단체의 한 아주머니가 "우리 조끼 없어요? 우리 단체 조끼 입고해야 할 텐데"라며 조끼를 가져다 줬다.
봉사자 3명이 한 조가 돼 출입구 앞 쓰레기통에 서서 실종자 가족이 건네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우리는 캔과 병, 일반쓰레기, 옷가지,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고 비웠다. 그 외에 체육관 바닥의 먼지를 닦기도 했고 1·2층을 돌아다니며 직접 쓰레기를 수거했다. 한 시간 일하고 휴식 공간으로 돌아오면 다음 조가 교대해서 나갔다. 두 세 시간 정도 쉬고 다시 나가서 한 시간 일하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봉사를 마치면 소속 단체의 휴식 공간으로 돌아와 쉬었다. 야외에 천막으로 설치된 공간은 매트가 두툼하게 깔려있었고 깔개와 담요도 넉넉했다. 저녁엔 대형 난로 옆에서 밤바람을 견뎠다. '바르게 살기'에 소속된 자원봉사자는 10명 남짓. 지리산 등반을 계획하고 휴가를 냈다가 취소한 뒤 급하게 내려왔다는 공무원 아저씨부터 가정주부, 대학생, 취업 준비생, 2주간 머물겠다는 재일교포에 이르기까지. 각지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달려온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솔선수범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종자 가족의 쉼터, 호수와 샤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