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 충북대 교수.
권우성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아픔을 나눈 것은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본인이 직접 해주겠다고 단언한 것이다. 그 자리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목포해양경찰서장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이들에게 이런 조치들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어야 했다. 현장지휘자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사고 직후 탈출자들 외에는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재은(49)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구조자 0'라는 악몽을 낳은, 정부의 위기·재난관리의 총체적 실패의 원인을 '단순화의 원리'를 위반한 것으로 정리했다.
국내 행정학자로는 드물게 위기관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자문위원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국가위기관리실 자문위원으로 역대 정부의 위기·재난 관리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국가위기관리학회 1기(2009년)회장과 희망제작소 재난안전연구소장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재난관리 이원화 정책, 위기관리 실패의 핵심원인"지난 4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구체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재난관리 이원화 정책을, 위기관리 실패의 핵심원인으로 꼽았다. 노무현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안전행정부(안행부) 장관이 맡고, 재난 전문성이 있는 소방방재청장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을 맡아 전체 재난에 대응토록 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분리해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장이, 사회재난은 안행부 2차관이 맡게 해, 통상 재난업무는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세월호 사태 대응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아래는 관련 문답 전문이다.
- 세월호 사건을 담당해야 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유명무실했고, 각 단위의 대책본부가 12개나 꾸려질 정도로 극심한 혼선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재난관리의 특성과 원리원칙에 대해서 파악을 못했다고 본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화의 원리다. 신속한 조치와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명령-지휘체계가 단순해야한다. 그러나 부처 이기주의로 단순화되지 못했다. 물론 많은 대책본부들이 위기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함께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별도로 만든 측면도 있다."
- 사고 이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체계로 움직였어야 했나. "체계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가 문제였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현장지휘 책임을 지고 관리를 했어야 했다. 현장에서 사고 사망자나 실종자, 구조자와 관련해서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와 전라남도청, 진도군청의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중대본이 욕심을 냈다. 대통령한테 보고를 하고 생색을 내려고 한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금 중대본은 시·군·구 재난안전대책본부나 현장 지휘체계에 대해 지원이나 협조가 아니라 지시·통제·명령·감독을 하려고 한다. 근데 이런 명령이나 통제는 현장의 상황을 알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중대본은 시·군·구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와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다가 피해현황을 보고하라고 요구한다. 지금 그곳들은 현장에서 긴급구조도 해야 하고 위기대응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고 계속 보고를 요구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초기에 전원구조라는 잘못된 보고가 올라가는 등 이번 사건 초기에 혼선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숫자가 다르면 구조 대응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 거의 구조됐다고 하면 맘 놓고 들어갈 수 있다. 중대본이 질타 받아야 하는 이유다."
"현장지휘자 제외한 모든 부처와 대통령은 지원업무만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