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자료사진)
유성호
40년 전 '10.2 항명 파동' 사례를 들어, 역시 야당 추천을 받아 90%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한 고삼석 상임위원 후보자 임명을 거부한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던진 것이다. '차관급'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통령에게 발언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재홍 위원은 이 문제로 지난 14일부터 방통위 회의 참석을 거부해오다 열흘만인 지난 24일 복귀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여야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였다(관련기사:
김재홍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방통위 정상화보다 우선").
하지만 야당과 일부 언론단체에선 고삼석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복귀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김 위원은 "고삼석 문제가 조만간 국회 차원에서 해결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복귀한 것"이라면서 "세월호 사태 와중에 더 버티면 국민에게 욕 먹을 짓이고 야권에도 짐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재홍 위원을 만난 29일 오후 그동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발목을 잡아온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속보가 떴다. 이게 고삼석 문제 해결 단초냐는 질문에 김 위원은 "이것에다 다른 하나가 더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고삼석 임명 문제 해결되리라 확신하고 보이콧 중단"이날 오전 과천정부청사에 있는 상임위원실에서 만난 김 위원은 갑작스런 공직자 생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에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하긴 했지만 김 위원은 오랜 세월 해직기자와 대학교수로 활동해 왔다. 여야 3대 2 구조인 방통위 상임위원은 현 정부에서 야당이 추천할 수 있는 유일한 차관급 공직자다. 그는 왜 다시 국회 축소판인 방통위로 돌아온 것일까?
"지난 2004년 언론 개혁을 위해 언론계 대표로 비례대표가 됐다. 1단계가 신문 개혁이라고 생각해 신문법을 입법하고 2단계로 방송 개혁을 하려다 제대로 못했다. 2012년 18대 대선이 끝나고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 간사를 맡았는데, (여당 후보에) 편향된 전파 매체들이 대선 표심에 준 영향을 분석했더니 4% 이상이었다. 당시 종편은 평가 대상도 아니었다. 신문도 문제지만 방송이 공정하지 않으면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없고 방송통신 공정성 확립이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김 위원은 지난 2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모 과정을 거쳐 방통위원 후보자로 뽑혔다. 정치인 출신에 대한 반대 여론에다 같은 동아일보 출신인 김충식 전 부위원장 연임이 유력하던 상황에서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민주당에서도 당시 4선 의원 출신인 이경재 위원장 연임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려면 '사납게 싸울 수 있는' 정치인 출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삼석 위원은 방송에 관한 한 전문가다. 야당에서도 경험이 많은 60대와 젊고 실무에 환한 사람으로 팀을 짠 거다."
김 위원은 고삼석 후보를 자진 사퇴시키고 다른 대안을 내세워야 한다는 일부 당내 의견도 일축했다.
"경력 문제를 얘기할 땐 이미 지났다. 이건 고삼석 개인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국회, 의회민주주의 문제다. 고삼석 후보를 교체해선 안된다. 국회 권능과 위신이 달렸다. 정 안되면 헌법소원 감이다." "다시 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건 고삼석 문제가 해결되리란 확신 때문이었다. 현재 여야 원내대표단 임기가 5월 14일까지인데 그 전에 해결될 것으로 보고 국회에 넘겼다. 그동안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허원제 위원에게 새누리당을 압박해 해결해 달라고 몇 차례 건의했지만 기대하기 어려웠다."김 위원은 "야당 안에도 보이콧에 반대하는 사람부터 계속 버텨야 한다는 사람까지 의견이 다양하다"면서 "방통위원은 정파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지만 원내대표단 등 지도부와도 충분히 상의해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 반대한다고 SNS 탄압-보도 통제하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