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주말 가족 산행기 100> 2권 책표지
화담출판사
2009년 봄부터 친정 형제들끼리 한 달에 한 번씩 산행을 해오고 있다. 첫해 업혀 다니던 조카 손자가 7살, 유치원생이던 조카들이 어느새 초등학생이 됐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가는 산행이라 구간을 잡는 것부터 먹을 것까지 그리고 산행 내내 신경 쓸 것들이 많다.
사실, 산행에 어느 정도 이력이 난 내게는 평소보다 완만한 구간을 훨씬 짧게 해야 하는, 게다가 아이들이 다칠까 끝날 때까지 신경써야 하는 이 산행이 더러는 시시하고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아주 잠깐, 어느새 그 어떤 산행보다 기다려지곤 한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평소 쉽게 만나지 못하는 형제들이나 아이들과 마음 나누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산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이 듬뿍 스미는 것도 좋다. 형제들과의 산행 6년째, 이제 아이들은 산길에서 만나는 풀꽃에 먼저 관심을 보이고, 사진을 찍고 이름을 묻곤 한다.
그간 우리 형제들의 산행을 자랑하면 부러워하면서 막연히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어떤 산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준비할 것들은 무엇인지 도무지 막막하거니와,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치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 마음뿐이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저곳 여러 가지 꽃이 피어있는데 아쉽게도 이름을 모른다. 지름티재를 지나 조금 오르면 미로바위가 나오는데 길은 통해져 있다. 지름티재에서 정상 쪽 능선 삼거리로 가는 길에는 미로바위, 해골바위, 그리고 암벽등반코스가 있다. 그런데 절벽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더구나 바위가 미끄러워서 줄을 잡고 올라가도 아이들 주먹이 바위에 쏠려 상처가 났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 아이들 데리고는 이 코스(기자 주: 충북 괴산 희양산 은티마을~지름티재~정상)는 오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애들을 도와주기도 만만치가 않아, 안전한 곳에 어른이 먼저 올라가서 2~3 걸음씩 잡아주고 내려와, 또 혼자서 올라가고를 반복했다. 약 200m 구간이 물 먹은 밧줄과 미끄러운 바위 연속이다."(<직장인들을 위한 주말 가족 산행기 100선·2> 중에서)책 <직장인들을 위한 주말 가족 산행기 100선 1·2>(화담출판사 펴냄)는 아이들과 산행을 하고 싶으나 내게 염려를 털어놨던 사람들처럼 막연히 걱정되는 사람들이나 앞으로 아이들과의 산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아이들과 대화 시간이 늘어서 참 좋다"이 책에는 남매를 둔 한 가족의 2009년 5월 23일부터 2012년 6월 25일까지의 산행 기록이 담겨있다. 3년여 동안 이 가족이 산행을 한 곳은 강화 마니산부터 백두산까지 무려 100곳. 그 이야기를 두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아놨다.
위 인용은 충북 괴산의 희양산 산행 기록(2011년 8월 14일) 일부다. 저자 가족은 원래 방태산(강원도 인제)에 갈 계획이었으나, 폭우성 장맛비가 내리는 바람에 그간 여름 산행지로 적합하다고 염두에 뒀던 희양산에 가게 된 것.
게다가 방태산보다 계곡이 깊지 않아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큰 부담 없이 가게 된 희양산을 이처럼 위험하게 산행한다. 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그러나 모처럼 아이들를 데리고 가거나 산행초보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유용한 정보다.
아빠 이상훈: "회사원. 영업 업무를 핑계 삼은 잦은 술자리로 가장 노릇을 제대로 못해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주말 가족 산행이 계속될수록 산을 정복한 후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아이들의 체력이 향상된 것을 눈에 띄게 느끼며 책임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대화 시간이 늘어나 참 좋다."엄마 고광문: "가정주부. 주말이면 숙취로 더욱 힘들어하던 아빠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산을 오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남편은 아이들과 약속을 지킨다고 금요일 술자리를 자제한다. 사진을 찍으며 성장 과정을 기록할 수 있어 뿌듯하다."딸 은빈이와 아들 은찬이: "초등학교 6학년, 초등학교 4학년. 나는 1학년 때부터, 동생은 6살 때부터 시작한 등산이 때로는 힘들고 귀찮기도 하지만 가족 모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행복하다. 이야깃거리가 많아져서 일기쓰기에 도움이 되고 장소를 들를 때마다 자연스럽게 지역의 특징을 알게 되어 사회시간이 더욱 흥미로웠다."(<직장인들을 위한 주말 가족 산행기 100선 1·2> 저자 프로필 중에서)어디 희양산뿐이랴. 이 책의 저자는 네 명으로 이들은 한 가족이다. 100번째 산행지로 선택한 백두산을 제외한 전국 99곳의 산들을 산행했다. 이 책에는 아빠나 엄마의 입장에서, 때로는 누나 혹은 동생의 입장에서 산행의 느낌과 기쁨·어려움·불만 그리고 산행지에서 꼭 볼 것 등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머리말에 이 가족의 몇 년 전, 그러니까 이와 같은 산행을 하기 전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업을 핑계로 잦은 술자리를 가지며 가족들에게 미안했던 아빠 이상훈씨는 전날의 폭음으로 시달리던 어느 토요일 아침 아내에게 시달린다. 그리하여 "아이들도 컸고 했으니 멀리는 못가더라도 주변의 문화재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아내의 짜증 섞인 말에 아빠 노릇은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그렇게 가게된 곳이 집(부천)에서 가까운 강화도 마니산. 그런데 이처럼 아빠 노릇이라도 해야겠다며 떠난 이 길에서 가족만의 뭔가를 알게 되고, 머지않아 가족의 공동 목적을 갖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 한 가족의 알콩달콩 시시콜콜한 산행 이야기가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앨범 보는 듯한 산행기... 이것 참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