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티칸 궁전인가?

[남인도기행⑧]마두라이 티루말라이 나약 궁전

등록 2014.04.28 12:07수정 2014.04.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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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두라이 티루말라이 나약궁전은 1636년 나약왕이 세운 궁전으로 인도 사라센 양식의 거대한 궁전이다.
마두라이 티루말라이 나약궁전은 1636년 나약왕이 세운 궁전으로 인도 사라센 양식의 거대한 궁전이다.최오균

남인도 타밀나두 주의 제2 도시인 마두라이는 가장 큰 마을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타밀 남부의 중심지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맏'은 '큰'이라는 뜻이고, '우라이'는 '울(타리)'이라는 뜻으로 우미말의 '마을'과 같은 의미라고 합니다.

타밀어는 우리나라 말과 유사한 단어가 많군요. 현지 가이드 샌딥은 우리말과 타밀어 사이에 몇 가지 유사한 단어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우라 말의 '쌀, 뉘, 벼, 모, 낱알'을 타밀어로는 '쏘르, 넬, 비어, 무디, 낟 뚜르' 등으로 발음한다고 합니다.


또 '아궁이'를 '아그니(Agni)'라고 발음하는데, 이는 죽은 자를 저 세상으로 데려갈 때 불을 밝혀 인도하는 신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갔을 때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이 아궁산이어서 아궁이를 연상케했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인도 남부인들이 집단이주하여 거주하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바티칸 궁전을 상상케 하는 마두라이 티루말라이 나약궁전의 기둥
바티칸 궁전을 상상케 하는 마두라이 티루말라이 나약궁전의 기둥최오균

우리 말이 인도로 전래되었는지, 아니면 인도 말이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두 나라의 어원의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셉딥의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도착한 곳은 티루말라이 나약 궁전이라는 거대한 궁전이었습니다.

궁전 입구에 들어서니 칼을 든 티루말라이 나약 왕의 동상이 우뚝 서 있습니다. 궁전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로마의 바티칸 궁전을 연상케할 정도로 거대한 돌기둥들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궁전 입구에 서 있는 티루말라이 나약 왕의 동상
궁전 입구에 서 있는 티루말라이 나약 왕의 동상최오균

지금의 마두라이를 건설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나약 왕조의 티루말라이 나약 왕이 1636년에 건축했다는 이 궁전은 스리미낙시 사원과는 달리 이슬람양식과 중국양식까지 가미하여 지은 인도사라센 양식의 건물이라고 합니다.

3700㎡에 이르는 넓은 궁전은 안뜰과 천단, 왕궁의 극장을 겸한 대연회장, 신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는 당초규모의 1/4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높이 20미터에 이르는 원주(pillars)에는 여러 부조가 새겨져 있는데 마치 바티칸 궁전의 원주처럼 우람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약왕이 앉아서 연회를 즐겼다는 옥좌
나약왕이 앉아서 연회를 즐겼다는 옥좌최오균

"나약 왕은 이 옥좌에 앉아서 매일 연회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죽고 난 후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그의 손자인 쵸까나타 왕이 궁전의 상당부분을 파괴해 버렸다고 합니다."


 궁전 천장에 새겨진 부도
궁전 천장에 새겨진 부도최오균
대전의 중앙에는 붉은 의자가 하나 놓여있는데 나약왕은 이 옥좌에 앉아 매일 연회를 즐겼다고 합니다.

천장에는 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마카라(makala, 용왕)를 조각하여 놓았는데, 물고기 꼬리에, 펭귄 몸체, 사자머리나 코끼리 머리 모양을 한 얼굴에 독수리의 눈을 하고 무섭게 쏘아보고 있습니다.


연꽃무늬를 한 천장의 그림도 무척 화려합니다. 과연 왕이 즐길만한 '천상의 정자' 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두라이에서는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 4월과 5월 사이에 열리는 치드라이 페스티벌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미낙시와 순다레스와라의 결혼을 축하하는 이 축제는 무려 14일 동안 열리는데 이 시기에 여행을 오면 아주 볼거리들이 많겠지요.

여행은 방문 시기에 따라 상당히 의미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마두라이를 고대 촐라왕조의 수도 탄자부르로 향했습니다.
#마두라이 티루말라이 나약궁전 #남인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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