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체육관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세월호 침몰사고 11일째인 26일 오후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뜨지 못하고 있다.
이희훈
26일 실내체육관은 230여 명의 실종자 가족이 바닥에 얇은 은박돗자리와 매트를 깐 채 열흘 넘게 숙식 중이다. 무대 위 놓인 TV에서는 세월호 관련 뉴스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양 사이드 2층에는 카메라 기자, 자원봉사자 등이 앉아 가족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사적인 공간이 전혀 없다보니 옷도 밖에 나가서 갈아입어야 한다.
27일 오전 3시. 대부분 잠든 시간이었지만 천장에 매달린 환한 조명은 꺼지지 않았다. 갑작스레 우는 아이를 안고 밖으로 황급히 뛰어나가는 30대 여성,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한 남성…. 체육관 1층도 모자라 2층 의자 위에서 자거나 계단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 등 쪽잠을 자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24시간 불이 켜진 데다 외부인 출입통제가 전혀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이곳에서 3일간 머문 자원봉사자 장아무개씨(29)는 "팽목항에 다녀온 친구와 '시신이 몇 명 발견됐다'는 등을 얘기 중이었는데, 실종자 가족이 듣고는 큰 소리로 '다른 주제로 얘기하라'며 화를 내서 굉장히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나 드나들 수 있다 보니 구호물품을 도둑질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덧붙였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건강 악화는 당연지사. 실제로 체육관 안 실종자 가족들 중에서는 탈진 등 체력이 고갈돼 링거를 맞으며 누워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성민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복지이사(47)는 "실종자 가족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매우 경직돼있는 상태여서, 계속 찬 바닥에서 자다보면 목과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