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본중심상가 원형광장의 분수. 철쭉과 꽃으로 둘러싸인 분수에 조명이 들어와 있다.
유혜준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전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군포시의 가장 중심가인 산본중심상가에 철쭉정원이 대규모로 전시되고 있어 시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더우기 시민단체들은 철쭉정원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세월호 사고 추모행사를 열 수 없다며 즉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축제는 취소했으나 여전히 꽃으로 장식
산본중심상가에 철쭉 정원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4일부터였다. 이곳에 들어간 예산은 4천만 원 남짓. 이 가운데 1천만 원을 군포시가 지원했고 나머지는 농협·이마트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번영회 회원들은 현수막 비용으로 1인당 10만 원 이상을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포시는 당초 오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철쭉제를 열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나자 축제를 취소했다. 그러나 축제는 취소됐지만 여전히 산본중심상가는 철쭉으로 장식되어 있다. 또 한때 이곳 원형광장에 분수까지 가동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군포시가 철쭉제를 취소한다고 하더니 오히려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심상가를 장식한 철쭉들 때문에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촛불 추모제'를 할 장소가 없어 한 귀퉁이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김 시장과 군포시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산본중심상가가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곳이 군포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중심지라서 때로는 축제의 공간으로, 때로는 촛불집회 공간 등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군포시민들은 지역의 현안이 있어 집회를 하거나 축제 등이 열리면 산본중심상가로 나온다.
"꽃 때문에 촛불추모제 귀퉁이에서 진행" 지난 23일부터 군포 산본중심상가에서는 군포시민단체협의회와 군포교육희망네트워크, 군포청년회 주관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귀환 촛불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군포시민단체 관계자는 "산본중심상가를 장식한 철쭉 때문에 촛불추모제를 열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한쪽 귀퉁이에서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철쭉 때문에 안산 시민들을 볼 낯이 없다"며 "군포시민인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산본중심상가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를 설치하고 싶지만 철쭉 때문에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군포 시민은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와중에도 군포시는 축제 분위기"라고 분개하면서 기자의 메일로 철쭉으로 장식된 산본중심상가 사진을 보내왔다.
이 시민은 "중심상가를 철쭉 화분으로 꾸미고 여기저기에 포토존까지 만들어 놓았다"며 "가수들만 부르지 않았다 뿐이지 축제분위기는 감춰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군포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군포시의 무개념 시정에 시민들까지 한 배를 타게 하지 말고 당장 철쭉 잔치판을 철수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