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가는 길. 길섶에 노란 피나물이 많이 피어 있다. 줄기를 꺾으면 빨간 핏물 같은 게 묻어난다고 해서 피나물이다.
이돈삼
텅 빈 백민미술관에 차를 두고 절집으로 가는 벚나무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풍수지리로 볼 때 대원사가 어머니의 자궁에 해당하고 이 길이 탯줄이라고 해서 '대원사 탯줄길'로도 불린다. 활짝 핀 벚꽃으로 해마다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들이는 길이다.
계곡을 따라 줄지어 선 벚나무가 연둣빛 이파리를 틔우고 있다. 화사했던 벚꽃은 다 떨어지고 없다. 길거리에 내려앉은 꽃의 흔적들이 속절없이 스러져 간 세월호의 희생자들 같다. 화사한 봄날씨지만 마음은 그늘 뿐이다.
오른편 산에는 소나무와 전나무가 빼곡하다. 길섶에는 민들레, 자운영, 별꽃 지천이다. 산자락에 취나물과 곰취, 곤드레도 보인다. 듬성듬성 심어진 영산홍과 철쭉, 자목련도 꽃을 피우고 있다. 노란 꽃을 피운 피나물도 무리지어 있다. 꽃대의 줄기를 꺾으면 핏물 같은 게 묻어나는 산나물이다.
피나물 군락을 지나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진도의 상황을 검색해 본다. 여전히 생존자 구조소식은 없다. 주검만 계속 끌어올려져 사망자 수가 크게 늘었을 뿐이다. 가슴만 먹먹하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