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내 받는 촛불 "이 것 밖에 해줄 수 있는게 없다"세월호 침몰사건 1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실종자 무사귀환과 희생자 추모를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한 참가자가 촛불을 건내 받고 있다.
이희훈
"사고 후 도시가 전체적으로 너무 조용해졌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들 표정도 어두워진 것 같고요. 제 회사 동료 조카도 사고로 실종됐다고 해서, 오늘 여기 오게 됐습니다."
안산 고잔동에서 파견 근무중인 영국인 조엘 하커(Joel Harker, 26, 남)씨는 "이 상황이 그저 슬프다, 몇 명이 도망가는 바람에 안타까운 학생들이 목숨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채 안 돼 정확한 상황은 잘 모르지만, 뉴스와 주변 지인들을 통해 세월호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이건 정말 옳지 않은 상황이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번 사고로 은사를 잃고 지난 19일 홀로 촛불을 들었던 학생도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임승헌(19)씨는 실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배가 뒤집어지는 그 무서운 상항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떨었던 열여덟 동생들아, 얼마나 무서웠니"라고 말했다. 이어 "철없던 제게 늘 자상하게 대해주시던 박OO 선생님이 너무도 그립다, 오늘 우리가 든 촛불이 어두운 바다를 밝히길 바랍니다"라며 울먹였다.
참가자들이 마이크를 잡고 직접 실종 학생들에게 한 마디씩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20여 명이 짧게 돌아가며 말한 시간이었지만,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아, 빨리 돌아와. 같이 운동하자.""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믿습니다.""얘들아 미안하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여기서 촛불 밝히고 기다리는 것밖에 없구나. 무능한 정부 앞에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히 생환했으면 좋겠다."
사회를 본 이재홍 안산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살아남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다친 마음을 함께 치유할 수 있도록, 또 먼저 간 아이들이 안산을 좋은 모습으로 기억하도록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수색 작업 중인 민·관·군 합동구조팀에 따르면, 22일 총 34구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돼 오후 10시 기준 침몰사고 사망자는 121명, 실종자는 181명에 이른다.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마지막으로 '고향의 봄'을 함께 합창한 뒤 촛불기도회를 마무리했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들이 촛불과 함께 광장을 채웠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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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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