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가 없는 153번 시내버스우이동과 시내를 연결하는 153번 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없다
이정훈
그런데 뒤이어 또 한 대의 153번 버스가 세검정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것이 보일 즈음 "어, 저 버스도 저상이 아니네? 한 대 더 보내야겠군"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또 다른 153번 버스도 일반버스고 그 뒤이어 도착한 153번 버스도 그렇고 모두 3대의 153번 일반버스를 보내고서야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4번째 도착한 153번 일반버스 기사 아저씨께 여쭈어 보니 153번 버스는 저상버스가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정보를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머릿속에서는 오만가지 방법들을 떠올랐다. 그러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버스를 몇 번 환승하더라도 오늘은 버스로만 움직이자"하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에 설치되어 있는 버스노선도를 한참을 들여다 본 후에 결국 110A번 저상버스에 올라타 정릉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에서 하차했다.
다시 171번 저상버스를 잡아타고 미아리고개 하차한 다음, 거기서 106번 저상버스로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인 수유동에 위치한 강북구청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침몰한 세월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들이 무사히 구조되기를 기원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 때 시간이 6시 40분. 응암동에서 출발한 게 3시 30분경이니 3시간 넘게 걸린 셈이다. 강북구청 앞에 도착할 즈음부터는 이미 기진맥진해 있었고,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초죽음 상태였다.
그날 겪은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하는 일반버스와 저상버스의 비율은 7:3 정도다. 아무런 전제 없이 생각하면 서울시 내에서 운행하는 모든 버스회사가 보유한 버스들의 비율이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각 번호의 버스들 중에서 아예 저상버스가 없는 버스가 있는 것이다. 즉, 내가 탑승하지 못했던 153번 버스 같이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는 노선이 있다는 말이다. 이것만 해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