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애원하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듣던 중 한 실종자 가족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이희훈
'상대 표 깨기' 항목을 볼까?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김한길 체제로 맞서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존재다. 특유의 종북몰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잔뜩 '쫄게' 만들었다. 통합진보당 해산시도를 비롯한 수많은 종북몰이에 야당은,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너무나 무력했다. 무인기에 관한 합리적 의심과 질문을 한 정청래 의원에 대해 김한길은 구두경고까지 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심각하게 실망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야권은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 것이다.
'부동층 흡수하기' 항목을 보자. 부동층이란 흔히 이야기하는 중도층이다. 2014년의 중도층은 상당히 상충적인 태도를 가진다고 이야기한다. 상충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ambivalent'의 사전적 의미는 '반대감정이 병존하는, 애증이 엇갈리는'이다. 그래서 이 상충적인 유권자들은 서로 모순돼 보이는 가치와 정책을 함께 선호하는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어 노동 친화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주장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든지, 미국에 비판적 사고를 가지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층을 의미한다(이 지점을 안철수 공동대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고 파고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상충적 태도를 가진 중도층 유권자에게 '솔깃함'을 던져준다. 예를 들어 올 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통일은 대박'이라는 메시지는 중도층 유권자의 머릿속에서 '박근혜 정권은 반(反)통일 정권이다'라는 생각을 아예 원천봉쇄했다. 또 '규제완화' 토론회를 통해 경제성장의 이미지도 국민들에게 안겼다. 상충적 태도를 가진 중도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아무리 박근혜 정권이 이 세 가지 과제를 잘 수행했다 하더라도 이런 효과가 확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효과는 박근혜 정권이 걱정하지 않는다. KBS, MBC, SBS는 물론이요, 종편이 그 역할을 맡아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하는데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
새벽에 또 눈이 떠지면 어쩌나리얼미터의 이번 여론조사는 14일부터 진행됐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 대처에 대한 여론을 완전히 반영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유가족들을 만나는 장면이 매우 정교하게 편집돼 방송됐는데, 여론조사에는 이도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또 옛날처럼 언론을 통제한다고 해서 다 통제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피난민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다 하더라도, 아무리 집권 여당과 청와대가 정치컨설팅에 능하여 국민들 전체의 생각까지 휘어잡고 흔든다 하더라도,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서 목숨을 걸고 증언할 수많은 이름 없는 누리꾼들이 존재한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다 손바닥 데는 수가 있다. 옛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낙인 찍히고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어쩌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박근혜'라는 이름 자체가 우리 국민들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론이란 그런 것이다.
현장학습에 갔던 큰아이는 별 탈 없이 돌아왔다. 아내는 여전히 뉴스 보기를 꺼려할 것이고 나는 새벽에 또 눈이 떠질 것 같다. 사망자 수가 15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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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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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지지율 '사상 최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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