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교향악축제>의 마지막 날인 4월 18일은 지난 25년간 교향악축제를 함께해온 임헌정 지휘자의 부천필 고별 무대였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2014교향악축제'가 4월 1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26회를 맞는 교향악축제는 18개 국내교향악단이 참가했으며, 베토벤, 브람스부터 백병동, 이영조의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성시연, 여자경 지휘자 두 여성지휘자와 여성협연자들의 활약,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보리스 길트버그의 연주까지 다양한 참여가 돋보였던 축제였다.
'2014교향악축제'의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은 지난 25년간 교향악축제를 함께해온 임헌정 지휘자의 부천필 고별 무대였다. 올 1월 부천필을 사임하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을 맡게 된 임헌정 지휘자는 이날 1990년 그가 부천필과 교향악축제에 처음 참가해 찬사를 받았던 브람스 <교향곡 3번>을 연주해 부천필과 함께해온 교향악축제를 되돌아보는 의미있는 공연이 되었다.
또한 앵콜 첫곡인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로 최근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가슴 깊은 절절한 애도를 표했는데, 곡이 끝나고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적시기도 했다. 두 번째 앵콜곡인 슈베르트 <음악에 부쳐>에서는 지휘자의 부천필과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을, 또한 부천필의 관객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하며 가슴 뭉클한 현장을 만들어냈다.
첫 순서는 백병동의 <계절그리기>였다. 사실 교향악축제에서 첫 순서정도는 아예 창작곡 순서로 정해 창작음악 작곡과 연주의 활성화를 도모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향악축제는 관현악의 향연임에도 창작 관현악곡 레파토리를 자주 들을 수는 없었다.
백병동의 <계절그리기>는 올해 교향악축제에서 17일 수원시향이 이영조의 <여명>과 함께 몇 안 되는 창작곡이었기에 듣는 기쁨이 컸다. 작품은 시인 유안진의 시 네 개에 곡을 붙였는데, 계절의 감각을 담아내며 간결하고 수채화 같은 색깔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알반 베르크 풍의 조성이 없는 무조(無調) 음악이지만, 서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독창자의 기량을 요구하는 작품이었다. 미국 아칸소 대학의 교수로 세계속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소프라노 박문숙은 높은 도약음과 조성이 없는 불협화음 사이를 넘나들며 절제된 감성과 정확한 기교로 계절의 변화무쌍함을 표현해냈다.
1곡 '새봄', 2곡 '말복날에', 3곡 '가을', 4곡 '눈내리는 밤'이라는 시로 특히 4악장은 의미가 깊게 와닿았다. '...이 꿈결에서는/천벌 받을 일마저도/축복받아 마땅할지라...허공에 윙윙 우는/이 내 손 꽉 잡아/천지 자욱히/진혼곡에 잠들게 하라/잠들게 하라'라는 가사가 공교롭게도 최근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며 곡의 어둡고도 신비로운 F조 종결과 함께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교향악축제에만 네 번째 무대에 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로 여느 해보다 더욱 열정과 집념이 돋보이는 연주를 보여줬다. 브람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가장 유명하고 사랑 받는 이 작품의 1악장은 협주곡 전주라 하기엔 무척 웅장하고 긴 길이의 전주부를 가지는데, 그 전주를 지난 첫 도입에서 백주영은 모든 고난을 뚫고, 혹은 뚫겠다는 의지를 가진 한 외로운 자아의 처절한 외침 같은 바이올린 선율로 들려주었다.
그녀의 연주는 2악장과 3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서정성과 기교가 한데 어우러지며, 힘차고 명징한 보잉과 심금을 울릴 것 같은 비브라토로 빼어난 연주를 보여주었다. 이날 감동적인 장면은 앵콜에서 더욱 뜨거웠다. 긴 한숨을 쉰 후 백주영은 최근의 세월호 참사로 젊은 시절 꽃피워보지 못하고 희생된 학생들에게 바친다는 설명과 함께 에른스트의 <한여름의 마지막 장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