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돌아와" ...굳게 잠긴 교실'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3일째, 안산 단원고 재학생들이 간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남겼지만 실종 학생들이 속한 교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유성애
- 앞으로 단원고 생존 학생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한다고 들었습니다."예. 지금도 세월호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모님과 학생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해서 감당하기 벅찰 거거든요.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죽음에 근접했다가 돌아온 아이들이 병원에서 신체적인 부분을 점검하는 거고요, 저희들은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와서 다시 원래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엄청난 일을 겪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와서 인지적인 뇌를 다시 쓰면서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또 교사들은 당장 학생들을 맞이할 때 어떻게 인사 나눌지부터 걱정하는데 그런 것부터 세세하게 알릴 예정입니다. 저희는 앞으로 정신과 전문의 1명, 경기도 Wee(위)센터 선생님 1명씩 짝을 지어 반마다 들어갈 거예요. 이 분들 역량을 키워서 앞으로 오랫동안 아이들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할 일입니다."
- 학부모 요구에 따라 당장 다음 주부터 단원고 수업 정상화가 예정돼 있는데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단원고 내 상황은 어떤지, 아이들 복귀 준비는 어떻게 진행 중인지 궁금합니다."일단 학생들은 사고를 크게 겪었기 때문에 학교가 많이 낯설게 느껴질 거예요. 이걸 되도록 원래 모습, 익숙한 공간으로 되돌려 놓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학교 안에 있던 대책본부가 안산교육청으로 옮겨졌지만 학교 안에는 여전히 자원봉사자들이 있고, 4층 강당에는 실종자 가족들도 계세요. 이 분들도 힘드시겠지만 결국 학교가 정상화되는 게 지역사회나 국민들을 위해, 또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학교 곳곳에는 실종 학생들에게 쓴 편지가 가득해요. 또 숨진 학생들 유품도 있고 해서 공간 정리가 필요할 텐데, 이걸 마음대로 해버리면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거든요. 생존 학생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 기억이 상기되거나 할 때마다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반응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선생님들과 토론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교사도 그렇지만 학생들도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느낄 텐데, 그걸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중요하거든요."
- 학교 강당에는 실종자 가족을 위한 대형 TV가 설치돼 있어, 실시간으로 계속 사고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재학생 40~50여 명도 여기서 함께 뉴스를 지켜보던데 이런 것도 영향을 미칠까요? "당연하죠. 청소년기 아이들의 뇌는 성장하는 중이고 20대 초반에 완성되기 때문에 아직 뇌 조절 능력이 떨어집니다. 한 마디로 민감한 소재일수록 뇌에 불이 반짝반짝 들어온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동영상이 제일 크게 영향을 미치거든요. 사고 상황과 유가족이 오열하는 모습, 게다가 슬픈 음악을 깔아 감정적으로 만든 뉴스에 아이들이 계속 노출될 경우 사고를 겪지 않은 학생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걸 '트라우마 리마인드 기능'이라고 하는데 사고를 겪은 학생들은 더더욱 조심해야 해요. 사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어 사고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건 뭐든 주의해야 합니다. 이건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거나 상실감을 느낀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예전 기억을 상기할 수 있거든요. 괴로워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보는 건데, 별로 좋지 않아요."
"단원고 교사들에게 '웃어도 괜찮다'고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