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좋은 소식 있을까?''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인 19일 오전 수학여행에 나섰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가족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수색작업이 진행중인 바다쪽을 바라보고 있다.
권우성
단칼에 수학여행 금지 명령을 내린 교육부는 과연 학교마다의 수학여행이 지금껏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주로 어디를 가고,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과 여행업체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수학여행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비교 분석해본 적이 있을까. 마땅히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손 놓고 있다가, 사고가 났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게 다반사 아니었나.
수학여행을 폐지하자는 여론도 이른바 '1970~1980년대식 관광' 개념에 머물고 있는 기존의 관행을 질타하는 것일 뿐, 말 그대로 '닦고(修) 배우는(學) 여행'의 의미와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학교가 교육적 효과를 망각한 채 오로지 수익 창출에 눈 먼 여행업체에 휘둘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그들에게 '위임'해 버리는 나태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주제별로 소규모로 설계하고,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시하고 있다. 교실 수업에서는 얻기 힘든 다양한 교육 효과를 거두기도 하고, 참여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꽤 높다. 시행 후 평가회를 갖는 등의 환류 작업을 통해 더 나은 수학여행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그러한 학교들의 다양한 변화 움직임을 발굴하고 보급하고자 노력하기는커녕, 섣부르게 일괄 금지 시키는 건 튼실한 싹조차 뽑아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물론, '수학여행 금지' 방침이 오래 갈 것으로 보는 교사는 많지 않다. 허둥지둥 대처에 무능하다고 혼쭐난 정부가 어차피 순간을 모면할 목적으로 꺼낸 교육부 발 '뻥카'라는 생각 때문이다.
들끓는 여론에 편승해 급조된 대책이다 보니, 앞뒤 안 가리고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본 모양새다. 무지한 건지, 아니면 무책임한 건지 구별조차 쉽지 않다. 일례로, 이미 수학여행 위탁 계약이 맺어진 학교와 여행업체 간 일어날 갈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감안했다면, 발표하기 전에 구체적인 계약 현황을 조사하고 계약 취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했다.
4월과 5월은 학교마다 수학여행의 피크 시즌으로 통한다. 그만큼 예약이 몰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교육부의 주상 같은 지침이 발표되자마자, 많은 학교에서 수익자 부담 원칙인 수학여행 특성 상 업체와 학부모들의 위약금 갈등이 첨예화됐다. 문의에 시달린 학교는 교육청을, 교육청은 교육부를 핑계 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책임은 늘 약자에게 가혹한 법. 일선 교육청은 자신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니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손을 털고 있다. 그런 마당에 학교가 중재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두 당사자, 곧 업체와 학부모가 알아서 하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무책임의 도미노'다. 이렇게 또 한 번 우리 교육의 신뢰는 허물어진다(위약금 문제가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이미 계획된 수학여행을 취소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논의해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뒤늦게 밝혔다).
고등학생들 "정부보다 더 나은 대책 내놓을 자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