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행렬 시간표와 행렬을 기다리는 사람들, 보통 이 기다림은 2-3시간씩 이어진다.
홍은
세마나 산타는 가톨릭 주요 축제로 일요일 종려 주일을 시작으로 고난주간, 부활절로 이어지는 행사이다. 각 성당이 예수와 마리아 상을 들고 행진하는데 이를 파소(paso)라고 부른다. 신도들은 이 행렬에 밴드(행렬의 관악대), 나사레로(십자가를 들거나 초를 들고 행렬에 참여, 성당의 규모에 따라 600여명에서 3000여명까지 그 수가 다르다.
20여년 전만해도 여성들이 나사레로로 참여하는 것이 금지되었으나 지금은 많은 여성 나사레로들이 있다), 코스탈레로(파소를 아래에서 드는 사람들, 각 파소는 거의 1500kg이 넘어 1인당 감당하는 무게가 40kg이 넘는다고 한다. 한 시간 마다 교대를 한다)로 참여하며 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각 성당에 50유로 정도의 금액을 기부하게 되어 있다.
"세비야와 세마나 산타는 하나"
지난 13일(현지시각) 종려 주일, 본격적으로 성주간 행사가 시작되는 날, 한 성당 앞에 두 아주머니가 마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랜 성당 친구라는 그녀들은 얼핏 보아도 세마나 산타가 시작된 것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가톨릭 종교의 분위기 안에서 자라서 항상 보고 참여하며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세마나 산타는 내 삶이야. 그것은 삶이고, 축제이고, 이제는 어느 정도 향수이기도 해." 차리(54·여)씨는 자신의 세마나 산타 사랑을 피력했다. 이에 친구 인마(54*여)씨는 "세비야와 세마나 산타는 하나지, 한 주간 동안 거리는 하나의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잖아"라고 말했다. 세마나 산타 때 뭐라고 인사를 나누냐고 묻자, 문장 하나를 가르쳐 준다.
"당신의 고통이 좋은 안식처에 머물기를..." 17세 소년의 성숙한 신앙고백 "신앙이 제 삶이죠" 북을 맨 채 바쁜 걸음으로 거리를 걸어가는 한 젊은 친구를 불러 세웠다.
"밴드인가 봐요?"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 돌아본 그는 17살의 호세 마누엘, 세마나 산타 행렬에서 밴드를 맡고 있는 학생이었다.
"행렬에 참여한 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세마나 산타를 봐 오고 부모님과 함께 참여해왔기 때문에 항상 나도 그 행렬에서 연주하고 싶은 것이 꿈이었어요." 세마나 산타 참가자들은 보통 1년이란 시간을 고스란히 준비하는 데 쏟는다. 이런 과정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천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앙이 삶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행렬시간 다 돼 바쁘다며 종종 걸음으로 가던 길을 재촉하는 그. 나이에 비해 너무 진지한 그의 답변이 사뭇 어색하면서도 진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