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꼬마들도 멈춰 선 마트 '절규의 벽' 2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에 있는 A마트는 5일째 가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 가게의 주인인 강아무개 학생의 부모는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황급히 셔터문을 내렸다. 사고지점인 진도해상으로 달려간 지 닷새째. 강아무개 학생을 아는 동네이웃과 학생들이 써붙인 절규 "단원고 우리 ○○이를 지켜주세요" 메모가 닫힌 셔터문 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마트 앞을 지나던 아이들이 알록달록하게 나붙은 쪽지를 보고 있다.
남소연
"나랑 마지막으로 카톡하고 없어지지 않는 '1'이 너무 마음 아파."굳게 닫힌 가게 셔터가 색색이 종이로 물들었다. 맨 바닥부터 3m 높이 꼭대기까지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쪽지가 붙었다. 자리가 모자라 간판 바로 아래 지붕에도 쪽지가 붙었다. 이들은 모두 한 사람을 간절하게 부르고 있다. 지난 15일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그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강아무개군이다.
한 친구는 자신이 강군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해서 그 옆에 붙은 숫자 '1'이 얼른 사라지기만 기다린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동생들도, 동네 아주머니도 같은 마음으로 쪽지를 남겼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가 침몰한 지 닷새째인 20일 오후. 다수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 안산은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긴 듯했다. 거리 곳곳에는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현수막이 붙었고, 번화가 상점들도 음악을 끄거나 크게 틀지 않았다. 부활절을 맞은 교회에서도 생존자를 기다리는 기도를 올렸다.
안산시민들은 슬픔에 빠져 침묵만 지키진 않았다. 강군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모은 것처럼 서로 위로하고 스스로 희망 찾기에 나선 것이다.
마트 뒤덮은 희망 메시지... 안산 시민들 '성지'로강군 부모님이 운영하는 'A마트'는 고잔동에 있는 단원고에서 차로 10여 분 걸리는 월피동에 있다. 이곳에 '단원고 우리 ○○ 이를 지켜주세요'라고 한 자 한 자 적은 A4용지 14장이 붙은 것은 지난 17일. 강군 부모님이 가게 문을 닫고 사고 현장으로 급히 내려간 다음날이었다.
그날부터 A마트 셔터에는 접착식 메모지가 붙기 시작했고, 사흘 만에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로 가득 찼다. 가게 문 앞에는 누군가 펜과 메모지를 매달아 놓았고, 휴일 오후 학교에 가지 않은 동네 아이들이 자원봉사자가 돼 글을 남기려는 사람들을 도왔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니. 살아 돌아와서 웃는 얼굴 보여줘. 동네 아줌마가.""○○아 나 이 슈퍼 자주 다니는 고2야. 너랑 친구네? 보지는 못했지만 같은 나이니 친구지. 너는 꼭 돌아올 거야. 난 믿어. 꼭 살아서 우리 한번 웃으며 인사하자." "아주머니가 돌아오실 때는 꼭 ○○이 오빠랑 같이 손잡고 오시면 좋겠습니다.""너랑 냉면 먹고 온 지 며칠 됐다고 갑자기 이러니까 실감이 안나. 실감이 안 나는데 너는 왜 옆에 없냐. 빨리 돌아와서 나한테 냉면 사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