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인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희훈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55분 제주VTS에 신고한 뒤 약 11분이 지난 오전 9시 6분 진도VTS와 교신했다. 이후 오전 9시 37분까지 11차례 교신했다.
교신 내용에는 세월호에 긴급 구호조처를 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진도VTS는 또 사고 현장 인근 화물선 등에 여객선 조난 사실을 알리고 구명벌 등 구조장비를 해상으로 투하할 것을 지시했다.
오전 9시 6~7분 세월호와의 교신에 성공한 진도 VTS가 "지금 침몰 중이냐"고 묻자, 세월호는 "그렇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인근에 교신 중이던 다른 선박에 구조 협조를 요청한 진도 VTS는 오전 9시 10분께 세월호의 상황을 재차 물었다. 세월호는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교신했다.
오전 9시 14분께 승객들이 탈출 가능한지를 묻는 진도VTS에게 세월호는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세월호는 또 오전 9시 17분께 배가 좌현으로 50도 이상 기울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진도VTS는 오전 9시 23분께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조끼)를 착용토록 하라'고 긴박하게 지시했다. 세월호가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하자, 진도VTS는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꺼운 옷을 입도록 조치하라. 라이프링(구명대)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 빨리!"라고 교전했다.
특히 진도VTS는 오전 9시 25분께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려라"고 독촉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지금 탈출하면 구조가 바로 가능한지를 되물었다. 진도VTS가 '경비정 10분 이내 도착 및 1분 후 헬기 도착'이라고 교전했지만, 세월호는 "승객이 너무 많아 헬기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오전 9시 33분께 진도VTS는 "탑재된 구명벌과 구명정을 모두 투하시켜 바로 사람이 탈출하면 탈 수 있게 준비 바란다"고 거듭 요구했고, 이때부터 교신 감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좌현 60도로 기울어 좌현으로 탈출한 사람만 탈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동이 쉽지 않다"는 세월호의 교전만 남긴 채, 오전 9시 37분께 교신이 끊겼다.
당시 진도VTS와 교신을 한 선원은 세월호의 선임급 항해사로 확인됐지만, 선장이 교신 당시 조타실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교신이 끊긴 직후 선체가 60도 이상 기울면서 침몰 위기에 놓이자 선장과 승무원들은 이때부터 이선(탈선)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관장 박아무개(54)씨는 수사본부에서 "선장이 위험하니 탈선을 하라는 말을 듣고 기관실을 벗어났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