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지난 1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응급환자 진료소에서 치료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희훈
며칠째 머리가 무겁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탄 세월호가 바다 한 가운데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날 이후 어렵게 잊고 있던 옛 기억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습니다. 수학여행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할까봐 가슴 졸였던 가족의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까요? 하지만 잠시나마 수학여행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가 내 동생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을 졸였던 악몽이 떠오릅니다. 이 시점에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고민이 되지만,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이가 앞으로는 더 없기를 바라봅니다.
가족의 심정 어찌 다 헤아려 볼수 있을까요?지난 1990년 4월, 한 살 차이 나는 제 동생은 당시 중2였습니다. 그날 동생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하교길에 친구와 들렀던 분식점 아줌마가 텔레비전을 보며 하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악몽 같은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야야~ 너네 저 학교 학생들이지? 오늘 야들 수학여행 갔었지?""예, 그런데요?""저거 봐라, 오늘 수학여행 간 너희 학교 아이들이 탄 버스 한 대가 전복됐다고 하네. 그 버스에 탄 아이들이 많이 다쳤대... 죽은 애들도 있다던데...""예?" 이른바 안양 OO여중 수학여행 버스 전복사고. 이 사고로 학생 등 9명이 사망하고 23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버스는 뒤집힌 듯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어떤 정신으로 집에 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텔레비전 앞을 지키며 수학여행을 떠난 동생에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학교에 전화도 해 보았지만, 몇 반 버스가 그렇게 됐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나는 얼음이 되어 텔레비전에 사망자 명단이 뜨고, 버스가 뒤집힌 장면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동생 반이었던 버스가 사고 났다는 뉴스를 보고 또 한 번 오열했지만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텔레비전 뉴스만 붙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뉴스를 봐도 정확히 몇 명이 수학여행을 갔는지,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사고가 난 아이들이 몇 명 정도 되는지 등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동생이 안전하게 잘 있다는 전화를 받기까지 엄마와 나는 손을 꼭 붙잡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동생은 사고가 난 버스에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그때, 5년 치 애간장을 다 태웠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