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일산백병원 블로그 갈무리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위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 학년 전체가 큰 재난에 빠져, 학교 전체가 위기 상황"이라며 "다음 주까지가 중요한 시간이다, 한 달 동안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진 교수는 "한 학교의 같은 학년에서 너무 많은 학생들이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조된 학생의 충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청소년기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더 힘들다, 구조된 학생들이 받았을 심리적인 충격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9시 이희훈 단원고 교무부장에 따르면,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 325명 중에서 75명만 구조됐다. 실종된 250명의 학생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몇 개 반의 경우, 33~34명의 정원 중 생존이 확인된 학생은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솔교사 15명 중 구조된 이는 3명뿐이다.
박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증세가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사고 며칠 후에 짜증을 내거나 몸이 아프다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는 잠재돼 있다가 몇 달 뒤에 증세가 보이기도 한다"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신호가 나오면, 증세가 만성화되기 전에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시도는 넓은 범위의 아동 학대"언론이 무리하게 학생들을 인터뷰하는 것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악화시킨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언론의 무리한 인터뷰 시도는 넓은 범위의 아동 학대"라고 지적했다. 앞서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역시 16일 웹진 '팟빵직썰'에 올린 글에서 "극단적으로 한심한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지금은 생존자 아이들의 언론 노출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날 JTBC는 무리한 인터뷰로 사과 하기도 했다. JTBC 기자는 구조된 단원고 여학생을 인터뷰하면서 같은 학교 학생의 죽음을 전했고, 이 여학생은 울음을 터트렸다. JTBC <뉴스 9> 앵커인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방송에서 직접 사과했다.
박 교수는 "기자들이 학생 인터뷰 등을 통해 상황을 빨리 파악해서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학생들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무리한 인터뷰는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말이다.
"학생들의 심리상태는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아 기쁘다'가 아니다. 친구들이 구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에게 당시 상황을 묻는다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언론은 학생들이 심리적인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빨리 안정을 취하고 치유 받는 게 중요하다."박 교수는 19일 학생들의 심리 치료를 위해 안산 단원고로 향한다. 그는 "정신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자원봉사단을 모집해서 학교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해병대 캠프 사고, 부산외대학생들의 경주 리조트 매몰사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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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전체가 위기 상황, 무리한 인터뷰는 아동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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