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당시 희생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부산외대에서 한 조문객이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정민규
세월호 침몰사고 소식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다. 이들에게 진도에서 전해진 소식은 잊고 싶었던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정용각 부산외대 부총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정 부총장은 사고 때 교직원 중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무너진 건 체육관 지붕이었지만 정 부총장은 그날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도중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내린 사고로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을 포함한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12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 정 부총장은 정신과 심리상담을 받으며 차츰 사고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터진 세월호 침몰 소식으로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이 되찾아 왔다.
"인터넷으로 처음 소식을 접했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뭔가 기분이 축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어제 하루 종일 기운이 없었다. 지금도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이게 트라우마라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정 부총장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다가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걱정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일을 경험해 보니 이번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단원고 피해 학생은 물론이고 부모님들에게도 이번 사고는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총장은 "피해자 뿐 아니라 재학생, 교직원 등 사건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총장의 말대로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이후 교육부와 소방방재청, 부산시 등은 직접 피해자와 간접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재난심리상담센터 등을 통한 심리치료에 들어갔다. 사고로 마음에 상처가 난 1천여명 가량이 대상이었다. 단계별로 시행한 검사를 통해 상당수 피해자들이 회복을 했지만 아직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은 지속적인 상담을 받고 있다.
"피해 학생들 원만하게 학교 복귀할 수 있도록 통합적 관리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