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1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응급환자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희훈
당초 "학생·교사 339명 전원이 구조됐다"는 일부 언론의 오보에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고씨는 "안산에서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라디오로 계속 확인을 했는데 다 구조가 됐다고 해 마음을 놓았다"면서 "그런데 계속 말이 달라져 걱정스런 마음으로 여기 와 보니 구조자 명단에서 아들 이름이 없다"며 울먹였다.
곽씨 역시 "언론 보도와 현장에서 들리는 게 너무 다르다"며 "다 구조됐다고 해 마음이 놓였는데 여기 와서 보니 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오후 5시 30분께 버스로 도착한 학부모들은 오열을 쏟아냈다. 학부모들은 '구조자 명단'이 적힌 게시판 앞에서 자식의 이름을 애타게 찾았다. 구조자 명단에서 자식의 이름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땅바닥에 주저 앉아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한 학부모는 실신해 들것에 실려나가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는 체육관 연단에 올라 "정확한 사고 원인과 구조 상황을 발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 학부모이 "배를 구해서 사고 현장으로 타고 가겠다", "왜 사고 현황도 제대로 파악 못하냐"며 고함을 지르고, 진도군수를 비롯한 진도군 관계자는 "현재 조류가 심해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구조된 학생들을 만난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편 구조자들이 진술하는 사고 당시 분위기는 그들이 있었던 장소에 따라 다소 엇갈렸다. 여객선 실외에 있었던 이들은 "매우 급박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묘사했지만 실내에 있던 이들은 "차분했다"고 진술했다.
단원고 김아무개(18)군은 "배 우현 2층에 올라가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고 옆에 있던 자판기가 쓰러지며 학생 3명이 깔렸다"며 "나는 난간을 붙잡고 겨우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될 때까지 난간을 붙잡고 버텼다"며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목까지 물이 찼었고 물 속에 두 번 들어갔다 나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실내에 있었다는 단원고 이아무개(18)양은 "차분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와 별 소동이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역시 실내에 있었다는 이아무개(18)군은 "계속 차분히 있으라고 하는데 곧 물이 차올라 더 버틸 수 없어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인 진도 팽목항에는 긴급상황실이 꾸려져 있다. 오후 2시 현재까지 구조자 165명이 팽목항을 통해 들어와 인근 병원 및 진도군실내체육관으로 옮겨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