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을 떠나기전 핵을 둘러싼 이슈들을 공부하고 있는 실상사 작은학교 학생의 모습
정혜선
밀양 송전탑 문제에 관해서 알게된 아이들은 내가 쓰는 전기가 원자력 발전소에서부터 전달되어 오는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동안 전기를 함부로 써왔던 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밀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저렇게 고생하고 계신데 내가 게임한다고 전기를 이렇게 팍팍 써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을 하루 아침에 끊거나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경로로 오는지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과정의 아이들 중에는 밀양 송전탑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을 방문해서 힘을 실어주는 활동을 하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에게 밀양에 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고 했더니, 주저없이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밀양에서 하루나 이틀쯤 지내게 되면 우리가 스스로 밥을 지어먹고 머문 자리를 깨끗이 치우는 것은 기본이고, 농사일을 도와드려도 좋고 농성장 주변에 꽃밭을 만드는 일에 함께 해도 좋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밀양 할아버지, 할머니 뵙고 그 고통 진심으로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