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선거 공약 이행 장치 만든 뒤 6월 선거해야

공약 파기 공인된 사회 선거는 대국민 사기 경연장될 것

등록 2014.04.13 15:14수정 2014.04.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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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 실천의 기본적인 첫 단계다. 선거는 그래서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머슴을 뽑는 최대의 축제다.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의 하나는 선거에서 내건 공약의 실천이라는 무언의 약속이다. 선거에서 행해진 정치권의 약속, 즉 공약이 철저히 실천된다는 철학과 신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교과서에 나오는 대의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사회일수록 선거 공약 실천율이 높은 사회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사회는 정치권이 대국민 약속, 즉 공약 이행을 최대의 가치로 삼는 정치 문화가 확고하다.

선거 공약은 당선을 위한, 유권자를 현혹하기 위한 정치적 미끼라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는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선거 공약은 당선이후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한다면 그런 선거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흉기가 된다.

오는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 기초의원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모두 파기한 상태에서 치러진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공약 파기 속에 선거에 나선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 정치권은 결과적으로 담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공천 공약은 '여야가 합의할 사항'이라는 책임 전가 식 논리로 파기를 공언한 뒤 야당은 여론조사 등의 방식을 동원해 역시 '무공천'을 결정했다. 야당이 사후적으로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추인한 꼴이다.


새누리당은 기초공천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대신 말 한마디로 사과한 뒤 야당이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무공천이라는 당론을 180도 바꿔 기초 공천을 하는 쪽으로 전격 '회군'해 "새 정치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기초 무공천 공약 파기와 관련해 야당 대선 주자였던 안 대표와 문재인 의원이 모두 사과한 사실을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한 대선 후보 세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박 대통령만 사과를 하지 않았다면서 "박 대통령이 빨리 사과의 뜻을 표해야만 길었던 기초 공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주장처럼 대통령이 사과하면 기초공천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유권자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드릴지 알수 없으나 궁색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공약 준수의 원칙을 저버린 상황에서 여야 모두 사과하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가?

정치권이 선거 공약을 파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정치는 어떤 면에서 공약의 파기의 역사이기도 하다.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기초 선거 무공천 공약 파기는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여야 모두 대통령 선거에서 '무공천'을 공약한 뒤 그것을 파기한 것이다. 여야 모두 결과적으로 선거 문화를 크게 후퇴시키는 무지막지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는 유권자들을 업신여기는, 능멸하는 그런 성질의 정치적 행태다.

선거 공약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파기된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6월 선거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선거는 큰 축제여야 하는데 거대 정당들이 공약은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확인시킨 상황이다.

공약이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사회에서의 선거는 대국민 사기 경연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의 정치를 하겠다는 예비 정치 머슴들이 당선될 욕심에 너도 나도 유권자를 현혹할 공약을 내놓는다 해도 그것을 견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너무 중요하다. 선거는 공약 등에 의해 그 결과가 가려진다. 선거를 통해 뽑힌 정치 세력이 법적 임기 동안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해 국민들에게 정치 서비스를 하게된다. 이런 과정이 선순환하지 않으면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공약 이행의 무한 책임 의식이 실종된 사회의 정치는 결국 불신의 정치로 이어지면서 정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노와 절망감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상처받은 유권자들에게 선거 공약은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뒤 6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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