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4.9 통일열사 여정남정신계승문화제'를 관람하게 되었다는 강윤희(42)씨와 딸 조희주(8)양. 희주양에게 '오늘 공연 보니 어때요?'라고 물으니 "슬펐어요"라고 대답했다.
구민수
'죄송합니다! 선배님.' 평소엔 그를 잊고 지낸다. 강의실을 가기 위해 매일 지나치는 곳. 그곳에 그를 위한 작은 공원이 있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을 때가 태반이다. 매년 이맘 때가 되어야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4월에 피는 꽃' 여정남(경북대 정치외교학과 64학번).
지난 12일은 오후 3시부터 경북대 사회과학대 앞에 자리잡은 여정남공원에서 '4.9 통일열사 여정남정신계승문화제'가 있는 날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날씨가 말썽이다. 대구엔 새벽 내 비가 내렸다. 비로 젖은 교정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이가 있다.
여정남 기념사업회 사무처장 오택진(전자공학부 91학번)씨다. 그는 매년 행사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4·9 통일열사 39주기 추모제는 9일, 오전 11시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 있는 현대공원 묘역에서 열렸다. 문화제는 많은 사람의 참석과 후배들을 위해 주말 경북대 교정에서 한다.
다행히 서서히 날씨가 개었고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준비 중에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고 묻자 "날씨가 제일 어려웠고 나머지는 후배들이 도와줘서 쉬웠어요"라고 말하곤 허허 웃는다. 그에게 오늘은 어떤 의미일까.
"3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역사는 더디게 발전하는 것 같아요. 현재도 국정원 간첩조작사건 때문에 시끄럽잖아요? 국가권력의 부당성은 한 개인과 민주주의를 파괴합니다. 오늘 학생들이 선배의 정신을 기억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희망이잖아요."오후 3시가 되자 유족과 시민단체, 경북대 학생회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