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이 9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을 위한 해오름 잔치에서 '금주를 하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희훈
월간 <광고계동향>의 '100대 광고주별 매체비 현황'에 따르면, 먼저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30억4000만 원(17위), 12월 22억6000만 원(29위), 올 1월 32억4000만 원(12위) 등 석달 동안 85억40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광고계동향> 2014년 4월호가 아직 발행되지 않아서 현대중공업이 실제 집행한 광고비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이보다 앞선 지난 2012년 4월부터 2013년 10월까지는 '100대 광고주'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정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유력하게 나돌던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광고비가 집행된 셈이다. 특히 이러한 광고비 집행이 조선영업·기본설계 부문 근무지 서울 이전(215명)이 진행된 시기와도 맞물려 있어 눈길을 끈다(관련기사 : 현대중공업 215명은 왜 근무지를 서울로 옮겼나).
하지만 현대중공업 홍보실의 한 간부는 "구체적인 광고비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라고 전제한 뒤, "새로운 광고가 나오면 좀 많이 하기도 하지만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광고비를 집행해왔다"라며 "현재 하는 광고는 작년부터 기획된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집행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김황식 후보가 의혹을 제기한 시기에 집행한 광고비도 평상시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정 후보가 현대중공업 대주주라는 점이 광고비 집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밖에서 정 후보의 정치일정과 기업 경영활동을 연계하는 것이 제일 많이 신경 쓰인다"라며 "기업이 정치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라고 답변했다.
[총선-당대표 출마] 2008년 2월부터 9월까지 137억
광고업계에 따르면,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종의 특성상 국내에서 광고비를 많이 집행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현대중공업 홍보실의 한 간부는 "우리는 B2B(기업 대 기업의 거래)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광고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그러니까 국내에서는 주로 이미지 광고를 하는데 방송광고도 2008년부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렇게 광고비를 상시적으로 집행하지 않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특정시기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점은 그 '전략적 판단'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월간 <광고계동향>의 '100대 광고주별 매체비 현황' 7년 치를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이 광고비를 집행하는 '전략적 판단'은 정 후보의 행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월간 <광고계동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7년 2월 10억9000만 원의 광고비를 지출해 100대 광고주 가운데 82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정 후보는 2011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이어 같은 해 3월에는 FIFA 부회장에 재선됐다(4선).
이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2월부터 9월까지 총 137억10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월 평균 17억여 원의 광고비를 지출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렇게 이례적으로 100억 원이 넘는 광고비를 국내에서 집행한 시기에 정 후보의 중요한 정치적 행보가 집중돼 있었다.
당시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한나라당에 복당했다(2007년 12월). 이후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선출됐고(2008년 1월), 18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울산 동구에서 서울 동작을로 바꾸어 출마해 '6선'에 성공했다(2008년 4월). 이어 한나라당 당 대표에 도전했지만 친이계의 지원을 업은 박희태 전 대표에게 밀려 2위를 기록했다(2008년 7월).
또 검찰은 총선 당시 뉴타운 허위공약 혐의(선거법 위반)로 수사 받아온 정 후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2008년 9월). 물론 이러한 정 후보의 정치 행보와는 별도로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8년 3월 월수주액 59억 달러를 달성하는 경사가 있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정 후보가 대한축구협회장에서 물러난 지난 2009년 1월 7억9000만 원의 광고비를 지출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총 15개월간 '100대 광고주'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는 같은 시기 국내에서 광고비를 거의 집행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대표직 사퇴-대선출마 공식화] 2010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164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