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학부모 들과 간담회 중
이종득
- 스스로에게 몇 점을 주실 건가요?"제 스스로 점수를 주는 게 쑥스럽습니다. 지난 4년, 도민께 약속한 친환경무상급식, 고교균형발전, 학교혁신 기반구축, 학교인권 개선, 교원 전문성 향상을 중심으로 한 '모두를 위한 강원교육'을 이루려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교육감 공약 주민참여평가단'이 평가한 공약이행률이 98.1%인데요. 사실 공약이행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가 얼마나 학교다운 모습인가'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영어로 '스쿨(school)'인데, 스쿨은 '삶을 즐긴다'는 그리스어 '스콜레(schole)'에서 유래했다지요. 학교는 학생들에게는 배움터, 선생님들에겐 일터로서 즐거운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학교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 취임 전과 지금 달라진 것 세 가지만 소개 부탁드립니다."제가 학교를 방문하면, 10분 전에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갑자기 전화 받고 당황하기도 하지만 의전에 신경 쓰는 것에 비하면 열 배, 백 배 낫다고 합니다. 사실 취임하면서 강조했던 게 '권위주의의 무거운 옷을 벗겠다' '소통하겠다'입니다. 그 실천의 하나입니다. 교육감실을 방문하는 분들께도 제가 차를 타서 대접합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은 좀 어색해 하는데, 이제는 결재 맡으러 오는 우리 직원 분들은 익숙해졌습니다.
두 번째는 학교에 가서 다른 학교, 다른 지역과 비교하는 성적표를 보지 않습니다. 얼마나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지, 맞춤형 진학상담이 잘 되는지, 학생선택권을 보장하는지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세 번째는 교실과 교무실, 복도 지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표정이 얼마나 밝은지를 봅니다. 제가 올해로 40년째 교직에 있다 보니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표정을 보면 학교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강원교육을 민주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학교생활의 행복도에 역점을 뒀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전국에서 가장 적지만 대학진학률은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7위, 도 단위에서는 3위를 했습니다."
- 교육감 재선에 도전했는데요. "스웨덴은 1947년에 무상급식을 시작했는데요. 당시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이니 정말 못 살 때가 아닙니까? 잘 살기에 무상교육을 한 것이 아니라, 무상교육을 통해 경제력과 분배체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됐습니다. 교육에서 국가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강원도교육청이 추진해 온 친환경무상급식이나 고교평준화, 교원업무정상화,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 교육감 직고용 등은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교육선진국이 한 일이기도 합니다. 아직 이들 나라에 비해서는 부족한 게 많은데요. '선진국형 교실복지' 실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제가 가진 역량을 쏟고 싶습니다."
"4년 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진보 교육감'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는데요. "제 직함은 강원도교육감입니다. 몇몇 언론과 단체에서는 '진보 교육감'이라 이름 붙이기를 즐겨합니다. 더 쉽게 편 가르고 반쪽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저의 진보성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교육의 진보와 보수, 어떻게 다른가요?"진보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고, 보수란 지킬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제가 도민께 약속한 고교평준화, 친환경무상급식, 교원업무정상화를 위한 교무행정사 제도 도입, 비정규직 처우 개선, 교복지원조례, 교원연수제도 개선 등은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정책이기에 진보라고 평가하는데요. 사실 그 정책의 중심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보수적 가치도 담겨 있습니다."
- 도 교육의 슬로건 '행복한 학교, 함께하는 강원교육'을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행복한 학교'란 교육의 초점이 학생들의 '행복'에 있다는 것으로, 교육이란 모름지기 학생들이 삶의 주체성, 앎의 희열, 공동체성을 담아야 함을 강조하는 겁니다. '함께하는 강원 교육'은 학생, 교사, 학부모, 도민 모두 강원 교육의 주체로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함께 마련해 가자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 강원도에는 작은 학교가 각 면소재지마다 있습니다.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요?"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학교 하나가 사라지면 마을공동체의 구심이 무너집니다. 지역 발전에도 나쁘고, 강원도정의 근간을 흔들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지역 여론을 많이 수렴하면서 작은 학교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다행인데요. 좀 더 나아가서 정진후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농어촌교육지원특별법안'이나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규모학교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농산어촌학교의 작은 학교가 희망을 갖고 운영되도록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