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주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문경환
- 우선 이 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 주시죠.
백남주(이하 백) : "한국경제가 현 구조상으로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동안의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 한계가 온 거죠. 수출을 아무리 해도 서민들의 경제가 좋아지지 않구요. 양극화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죠. 심지어 최근에는 재벌 대기업들 안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말고는 다들 위기라는 말들이 나온 지 오래되었죠."
김성훈(이하 김) : "저희는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가 세계경제의 흐름과도 밀접히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세계경제는 2008년부터 시작된 위기 국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요. 앞으로도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 큰 충격이 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구요. 특히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일시적인 위기 대응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거죠.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보호주의, 통상압력 등 각 국가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 건지도 중요한 문제가 될 거구요. 일례로 세계경제의 침체 국면 속에서 수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미국은 주변국들에게 경제위기 비용을 전가시키려 할 텐데 이에 대해 우리의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거죠. 언제까지 과도한 국방비에 발목이 잡히고, F-35같은 전투기를 구매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백 : "지금은 보수언론들이 입장을 180도 바꿔서 통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그동안 통일에 대해서는 비용의 문제가 많이 부각되어 왔죠. 이명박 정부의 인식도 마찬가지였구요. '통일항아리' 사업이니 하면서 통일을 하면 국민들의 부담이 엄청 많아진다는 식의 인식하에 정책을 추진했죠. 이 책을 고민했을 때는 통일이 비용보다 더 큰 이득을 안겨다 준다는 것을 잘 해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은 박근혜 정부와 보수언론들이 통일의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백 : "저희도 통일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방도가 될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없고,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죠. 그런데 흡수통일은 말 그대로 대박이 아니라 한국경제를 쪽박 차게 만드는 일이죠. 남북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6·15남북공동선언' 등 남북 정상들이 합의한 선언과 정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남북이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점차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죠. 통일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그 출발이 6·15남북공동선언 등에 있다고 봅니다."
김 : "저는 그러한 면에서 통일경제를 단순히 경제문제로만 환원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서는 정치·군사적인 과제가 중요한 거죠.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경제협력이 확대되었지만, 정치·군사적 긴장 해소 없이는 통일경제 실현에 한계가 명확함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말이죠.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한편에서는 남북 대결정책을 펴면서 한편에서는 통일대박을 이야기하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번 드레스덴 연설에서도 몇 가지 사업만 나열했지 5·24조치나 군사훈련 등의 문제는 언급이 없어서 비판이 많지 않습니까."
- 통일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필요하고, 정치군사적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경제적 부분에서는 현 정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김 : "저희도 남북이 함께 하면 개성공단이 확대되어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이고, 남북 간의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고,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에도 도움이 되는 등의 이야기들에 동의합니다. 북한의 천문학적인 자원의 활용, 대륙 간 횡단철도로 인한 물류거점,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도입 등도 많이 이야기되는 부분이죠.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통일경제를 실현하는 과정은 단순히 기업들에게 이윤을 낼 수 있는 사업 몇 개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당장에 떠오르는 것이 '과도한 수출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뭐 이런 것이 있을 수 있겠는데요.백 : "인구의 증대, 사회간접자본 건설, 남북 간 관광산업 확대 등으로 내수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겁니다. 자원과 식량을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거구요. 북한에 지하자원이 많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고요. 농업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남북 간 기후에 맞는 작물을 더 특화한다면 많은 생산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간단한 예로 산악지형이 많은 북한에서 꼭 쌀농사를 지어야 하나? 그 공간에 다른 것을 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죠. 한국도 마찬가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