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촬영 황현 사진.
천연당 사진관
두 번째 인물은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1910)입니다. 그 사람을 보려면 그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지요? 황현은 이건창의 친구였습니다. 이건창이 47살의 한창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보고 싶어서 차마 눈을 감지 못하겠다던 친구였습니다.
황현 역시 동학난을 일으킨 무리에 대해서 깡그리 잡아 죽여야 한다는 보수주의자였습니다. 하지만 생원시에 장원급제를 했지만 도저히 벼슬길에 나갈 마음이 없었지요.
"도깨비 나라의 미친놈들 속에 들어가 미친 도깨비가 되라 하느냐?"며 초야에 묻혔지요. 그러다가 끝내 1910년,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치사량의 아편을 먹고 음독을 합니다. 그는 유서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내가 꼭 죽어야 할 이유가 있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황은이 망극해서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지만 500년 선비를 키운 나라에서 나라가 망하는 날에 죽는 사람이 하나 없다면 어찌 통탄할 노릇이 아니겠냐? 이 어지러운 세상에 몇 번이나 목숨을 버리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지만 오늘은 참으로 어찌 할 수 없어 목숨을 끊는다."- 한홍구, 대한민국 史 중약기운이 퍼져갈 때 동생에게 웃으면서 고백했다고 합니다.
"죽는 것도 쉽지 않아. 내가 약을 마시려다 입에서 약사발을 세 번이나 떼었어. 내가 그처럼 어리석다네."참으로 장엄한 죽음이었습니다. 누가 죽으라고 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500년이나 이어온 나라가 망하는 날, 그것을 원통히 여기면서 죽는 사람 한 사람 나오지 않는다면 후손들이 뭐라고 여기겠느냐는 보수주의자의 절절한 고백입니다. 그가 지키려는 가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후보자의 덕목, 역사 앞의 진정성진보와 보수를 떠나 선거판에 들어서게 되면 우선 모든 사람들이 '표'로 보입니다. 당연히 목소리가 큰,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게 되고, 표를 구걸하고, 언론에 한 줄이라도 날 수 있을까 하고 고심합니다.
이런 모습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정작 후보자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 앞에 있는 유권자에 대한 진정성입니다. 유권자를 표로 보지 않는 진정성, 굴곡의 역사를 버텨 온 우리 국민에 대한 진정성, 역사 앞의 진정성 말입니다.
굳이 제가 새누리당으로 출마하려는 후보자님에게 콕 짚어 '역사 앞의 진정성'을 이야기 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례로 든 이건창이나 황현은 아니더라도 장준하, 계훈제, 함석헌, 리영희, 문익환이라는 사람들은 보수주의자 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의 아이콘처럼 상징화 되었습니다. 보수가 마땅히 먼저 나서서 지켜야 할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상황이 이들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인권이라는 가치, 민주주의라는 가치, 언론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치 등 보수진영이 먼저 제시하고 지키겠다고 이야기할 가치는 너무나 많습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국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보수후보가 마땅히 먼저 그 가치를 내세우면 우리 국민들은 아낌없이 지지합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종북'논쟁으로 정치판을 이끌어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대체 새누리당은 북한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요.
새누리당으로 출마하려는 후보자님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종북' 말고 보수가 지키려는 진짜 가치를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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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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