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초등학교에서 양양방향 44번 국도변과 오색천을 청소하는 오색1리 주민들.
정덕수
마을사업단의 총무를 맡은 탓에 때때로 기록을 위해 카메라로 촬영하며 청소를 하니 불편하기 그지없다. 모르는 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자랑하려는 행동이나 멋을 부리려는 줄 알겠다.
올해부터 시작한 '새농어촌건설사업'과 '백두대간지원사업' 그리고 '장수마을사업'까지 세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전 과정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주된 임무 때문에 카메라를 챙겨다녀야 한다.
악구조대나 자율방범대, 문학회 등 여러 모임이 있으나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해왔으나 최근 의용소방대에 나가고 마을사업회의 개발위원 겸 총무로 활동하게 되었다. 몇 분 선배님의 추천을 받아 거절하기도 난처했고 명분도 없었다. 이런 일엔 항상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음을 알기에 몸가짐을 조심한다.
마을회의 총무도 감투라면 감투겠다. 총무란 직책이 그저 맡겨진 일만 처리하는 역할이 아니라 자료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낼 수도 있는 위치다. 또한 여러 개발위원 가운데 사업단장과 사무국장을 제외하면 따로 지시할 위원도 없는 위치고 마을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조건이라 더 조심스럽다.
"남 보담 잘 났다는 표적으로 차고 댕기는 것이 완장이란 말이냐?"는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나오는 글이다. 단편소설 <완장>에서 일그러진 권위주의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야기는 땅 투기로 돈푼깨나 만지며 졸부가 된 최 사장이 '널금저수지'의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며 시작된다. 최 사장은 양어장 감시를 이곡리의 한량 임종술에게 맡긴다. 감시원 완장을 두른 종술은 이때부터 완장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객지로 떠돌며 배운 것이라고는 거친 일이요, 말 그대로 밑바닥인생이었던 종술에게 완장은 대단한 권력의 증표 정도로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이런 윤흥길 소설가의 <완장>에 그려진 종술이란 인물처럼 비치지 않기를 바라며 사진 촬영 외엔 다른 이들에 뒤처지지 않도록 작업에 몰두했다. 간혹 촬영이나 기록 등 일을 맡은 이들이 다른 이들은 작업에 열중할 때 자신은 맡은 일만 하겠다는 투로 건들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실로 그런 행동은 눈살 절로 찌푸려질 뿐 곱게 보아주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