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화 상지대 교수.
정대화
[기사수정: 29일 오후 5시 44분]"역사의 퇴행이 벌어진 겁니다."
수화기 너머 정대화 상지대 교수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대화 교수는 7일 낮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1993년 김문기(82)씨 일가가 사학비리로 상지대에서 쫓겨난 지 21년 만에 그의 아들이 다시 상지대 이사장으로 돌아왔다"면서 "교육 분야에서 발생한 역사의 반동적 흐름"이라고 개탄했다.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인 정대화 교수는 1993년 이후 상지대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 그는 2010~2011년 상지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옛 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며 6번의 삭발 단식 투쟁에 나선 바 있다. 그런 정 교수에게 김씨 일가의 복귀는 충격이었다.
정 교수는 "교육부 윗선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사학법 재개정에 힘을 썼던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아직 9회말이 오지 않았다"면서 "반동적 흐름은 오래가지 못하고 역사의 전진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기씨의 아들인 김길남(46)씨가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주시 상지대 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을 두고, 학교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옛 재단은 9명의 이사 중 6명을 확보해, 인사권·재정권 등 학교 운영권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구성원과 교육부가 추천한 이사 3명이 사퇴했다.
김문기 일가는 어떻게 상지대를 접수했나 1993년 민자당 국회의원이었던 김문기씨가 학생 부정입학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김씨는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상지대 이사장에서 쫓겨나자, 교육부는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이후 상지대는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정상화의 길을 걸었다. 이후 2003년 12월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이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김씨 일가가 정이사 체제 전환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결국 2007년 5월 대법원은 "정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김씨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면서 김씨 일가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주심 대법관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다.
이후 2010년 8월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이사 9명 중 4명을 옛 재단 이사로 선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상지대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정 교수는 "이사회는 옛 재단 이사 4명, 구성원·교육부 추천 이사 4명, 중립적인 임시이사 1명로 구성됐다"면서 "옛 재단 이사들은 이사회에 불참해 정족수 미달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무산시켰고, 상지대는 3년째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씨 일가 복귀가 예고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사분위는 중립적인 임시이사 자리에 옛 재단 쪽 인사를 선임한 것이다. 앞서 학교구성원 추천 이사가 옛 재단 쪽으로 돌아서면서, 옛 재단과 학교구성원·교육부 추천 이사 비율은 5:3인 상황이었다.
같은 달 27일 10시간동안 이사회가 열렸다. 옛 재단 이사들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인 채영복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대화 교수는 "채 이사장은 '5:3 구조도 힘든데, 6:3 구조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일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채 이사장 등 학교구성원·교육부 추천 이사 3명이 함께 사퇴하자, 옛 재단 이사들은 김길남씨를 새 이사장에 선임했다.
정 교수는 옛 재단 쪽 이사를 선임한 교육부와 사분위가 김씨 일가의 복귀를 도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선대는 15개월 동안 이사 한 명 없이 운영됐다, 이사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면서 "하지만 교육부와 사분위는 굳이 옛 재단 쪽 이사를 선임했다, 김씨 일가와 한 몸통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옛 재단 이사를 선임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겠지만, 그의 복심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사학을 옹호하는 사학법 재개정에 앞장서지 않았느냐"면서 "또한 박 대통령이 한때 이사장이었던 영남대에 이어 이번에 상지대에서 옛 재단의 학교 장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역사에 대한 반동... 학교구성원들 이대로 물러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