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작가의 '바리'전은 대안문화공간 메이홀 캘러리에서 10일까지 열린다. 1일 저녁 메이홀에서 홍성담 작가가 꿈 그림과 글을 엮어 발간한 책 <바리>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바리'전 개막식이 열렸다.
강성관
홍성담 작가는 1980년 5월 항쟁 당시 시민군 선전원으로 활동했고,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를 보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돼 3년여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92년 3월 출소한 후 그는 자신이 꾸었던 꿈을 스케치로 기록했다.
"옥살이를 하고 나왔는데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다. 그런데 그때는 어디가서도 힘들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환청도 들리고 환각도 있었는데,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내면에 작동하는 무의식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그렇게 10여년 동안 기록한 꿈 그림은 1500장을 넘어 섰고, 언젠가 그는 꿈 그림을 모두 상자에 담아 창고에 보관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해 봄 창고를 정리하다 그 상자를 우연히 발견했다. 다시 꺼내 본 꿈 그림은 5∼6개 주제로 나뉘었다. 그 중 하나가 서사무가 바리데기다.
그는 책 <바리>와 '바리'전에 대해 "청년시절에 유신독재와 5·18을 겪고 민주화시대를 맞았지만 다시 퇴행의 시대를 걷고 있다, 그런 전환기와 변혁기를 살았던 한 예술가의 꿈의 기록이다"라며 "동시대 사람들의 트라우마와 집단무의식이 꿈 이야기에 내재돼 있다, 우리 내부에 잠재된 집단무의식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사무가 바리데기 속 바리공주는 태어나자 마자 버려진다. 그러나 바리공주는 부모를 살릴 생명수를 얻기 위해 홀로 저승의 땅으로 향한다.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며 바리공주는 7년 동안 끔찍하게 싫어하는 남자를 위해 밥과 빨래를 해주고 아이 일곱을 낳아 준다. 그러고 나서야 생명수를 얻을 수 있었고, 부모를 살린다. 그후 바리공주는 스스로 무당이 된다.
홍 작가에게 그 바리공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이기도 하고 자신을 고문했던 사람으로 때론 또 다른 자신으로, 그렇게 여러 '바리'의 모습으로 상징된다. 홍 작가는 "바리공주가 생명수를 얻는데 까지 여러 고통이 따르는데, 마지막에 석장승 같은 사내의 일곱 아이를 낳아준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성폭력을 당한 것이다"라며 "이런 고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도 닿아 있다"고 말했다.
"메이홀에서 시민들과 함께 걸개그림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