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를 비롯한 각계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가축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AI(조류독감)의 근본원인인 비인도적인 공장식, 케이지 사육 폐기와 복지사육 전면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가졌다.
조세형
많은 사람이 공장식 축산의 폐해와 농장동물의 고통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전부 채식주의자가 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식주의에 대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의 목록'부터 떠올리고 '채식은 무리'라고 결론짓는다.
잡식이 주류인 사회에서 채식주의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채식주의에 대해 "일상에서 수많은 동물을 구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보다 "불편하다"는 부정적 측면만 지나치게 부각된 것도 사실이다. 이유 중에는 "동물을 먹으면 안 된다"는 전제만 강조된 탓도 있을 것이다.
채식주의에서 중요한 건 채식만이 아니다. 실천이 나 하나에 머물지 않고 주위의 동참으로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동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숙씨의 방식은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약간의 동물성 성분도 허용하지 않는 그녀의 완벽주의는 주변 사람들에게 채식을 '대단히 어렵고 불편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 고기 기름이 묻은 야채조차 거부하는 행동은 채식주의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사람'이나 '괴짜'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소량의 동물성 성분을 고기 한 근과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은 잡식이 주류인 사회에서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이런 융통성 없는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채식을 하지 않을 (또는 엄두도 내지 못할) 근거"가 된다. 미국의 동물보호 활동가인 브루스 프리드리히는 <카네기에게 배우는 효과적인 운동 전략>에 이렇게 썼다.
"알다시피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주위를 보면 치즈나 아이스크림을 끊을 수 없어 채식주의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 꼭 한두 명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도록 돕기보다는 오히려 일을 어렵게 만든다. 육식을 중단하되 치즈나 아이스크림은 먹어도 된다고 융통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젖소가 어떤 고통에 시달리는지 아느냐며 설교를 늘어놓는다. 이것은 사람들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다."어떤 사람이 "삼겹살만은 도저히 끊을 자신이 없다"는 고민을 토로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사람에게 "그러면 채식주의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해야 할까? 현명한 사람이라면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라고 격려할 것이다. 삼겹살은 먹어도 다른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는 윤리문제이지만 광신도는 필요 없다."실천윤리학의 거장으로서 동물해방론에 기초한 채식주의의 철학적 기틀을 확립한 피터 싱어는 득보다 실이 많은 '광신적' 채식주의를 경계했다. 성분에만 집착하여 대중성을 상실한 채식주의는 동참을 이끌어낼 수 없다.